한화 '+1 카드' 윤규진, "많이 던질수록 좋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4.04.22 10: 40

"내일을 생각해서 조금 던지는 건 별로다".
한화 우완 강속구 투수 윤규진(30)은 구원이지만 길게 던지는 롱맨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7경기에서 17⅓이닝을 던졌는데 2이닝 이상 던진 게 4경기. 1이닝 이하 투구 2경기 뿐이다. 경기당 평균 투구수도 41.9개로 많은 편이다. 한화 팀 사정상 윤규진은 등판할 때마다 많이 던지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 16일 광주 KIA전이 대표적이다. 이날 윤규진은 선발 케일럽 클레이가 4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가자 곧장 구원등판한 뒤 9회 끝까지 던졋다. 5⅓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피칭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며 군제대 복귀 첫 승을 신고했다. 이날 투구수는 무려 67개. 사실상 선발에 이어 나오는 '+1 카드' 역할이었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우리는 마무리투수가 없다. 8~9회를 막을 수 있는 투수가 없다"며 "현재로서는 잘 던지는 투수를 9회까지 계속 맡기는 방법 외에는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 역할을 필승맨으로 활약하고 있는 좌완 윤근영과 윤규진이 맡아야 한다. 두 선수 모두 선발 경험 있어 길게 던지는 능력이 된다.
윤규진도 "군복무 기간까지 3년 가까이 쉬었다. 많이 던질수록 좋다. 내일을 생각해서 조금 던지는 건 별로"라며 "팀 상황에 맞게 보직과 역할을 가리지 않고 던지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이렇게 윤규진이 의욕을 보이는 건 3년에 가까운 공백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이 던지며 감을 찾는 게 좋기 때문이다. 그는 "캠프 연습경기 때부터 시범경기까지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긴장이 되더라. 뭔가 붕뜬 느낌이었다. 이제는 조금씩 긴장감이 풀린다. 경기를 할수록 점점 좋아지는 느낌이다. 이제는 세게 던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특히 제구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 동안 제구난에 시달린 윤규진은 시즌 첫 등판이었던 지난달 31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⅔이닝 동안 볼넷 2개를 허용했다. 하지만 이후 6경기에서 16⅔이닝 동안 볼넷을 3개만을 허용했다.
윤규진은 "제구에만 신경 쓴 게 오히려 안 좋았다. 초구 스트라이크에 신경 쓰다 보니 내 공을 못 던졌다. 나는 제구가 좋은 투수가 아니고, 제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마운드 위에서는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며 "가운데만 보고 전력 투구하고 있다. 포크볼과 함께 올해부터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쓰고 있는데 잘 먹히는 것 같다"고 심리적·기술적인 변화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윤규진은 "이제 겨우 한 경기 잘 했을 뿐 감을 잡았다고 하는 것은 웃기는 말"이라며 "많은 이닝을 던지며 아프지 않은 게 첫 번째다. 군제대 첫 해이기 때문에 부상없이 마지막까지 던지고 싶다"고 다짐했다. 3년에 가까운 공백기를 딛고 일어서는 윤규진이 한화의 '필승 롱맨'으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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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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