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손석희 앵커가 앞서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는 실종자 가족의 비보를 전하며 울컥해 잠시간 말을 잇지 못했다. 늘 일정한 톤으로 냉철하게 뉴스를 전달하던 그의 목소리는 정처 없이 흔들렸고, 날카롭게 카메라를 응시하던 그의 눈은 애꿎은 원고에 집중됐다.
지난 21일 오후 9시에 방송된 JTBC '뉴스 9'에서 손석희는 “구조 작업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실종자 가족대표단이 진도체육관에서 브리핑을 가졌습니다”라며 구조 당국을 향한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사항을 보도했다.
손석희는 이어 “오늘 실종자 가족들 중 한 분과 연결해서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습니다. 뉴스 직전에 예고까지 해드렸죠. 연결하려던 분은 얼마 전 인터뷰를 했던 김중열 씨입니다. 며칠 만에 다시 연결해서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는데요”라고 인터뷰어를 소개했다.

손석희는 “그런데 제가 방금 뉴스를 시작하면서 들은 소식이 있습니다. 김중열 씨 따님이..."라고 말하며 울컥, 잠시간 말문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겨우 입을 뗀 후에는 "시신으로 발견돼 연결을 못하게 됐습니다”라고 목메인 목소리로 비보를 전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담담하게 시작했지만 결국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삼킨 손석희. 그는 “찾지도 못한 제 딸은 구조자 명단에 있더라”며 분개하던 김중열씨가 구조 당국에 애타게 바랐던 이야기를 다시금 전하며 세월호 특보를 이어갔다.
늘 군더더기 없는 절제미를 보여주던 손석희의 전에 없던 감정 동요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뉴스가 감성적이라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는 객관 보도가 필요한 리포트가 아니었다. 인터뷰가 취소된 일련의 과정을 설명한 대목으로, 손석희의 감정 동요는 도리어 이번 사고가 얼마나 참담한 인재인가를 절감케 했다.
더욱이 아나운서의 정보 전달력은 ‘얼마나 감정 없이, 그리고 실수 없이 원고를 잘 읽느냐’로 평가받을 수 없다. 특히 요즘처럼 치명적인 오보로 실종자 가족들의 상처를 후벼파고,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뉴스로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라면. 비보에 함께 침묵하고 울컥할 수 있는 손석희 아나운서가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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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9'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