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지난주까지 16경기에서 8승 8패로 정확히 승률 .500을 기록했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던 기회도, 하위권으로 떨어질 수 있었던 위기도 있었으나, 두산은 대구 원정에서 2경기를 잡아 5할 승률의 발판을 놓았다.
두산은 첫 16경기에서 70점을 올렸고, 82점을 내줬다. 이를 기반으로 한 피타고리안 승률은 .429다. 실제 승률에 비해 낮다. 피타고리안 승률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시즌 막판에 가면 모든 팀들의 승률이 피타고리안 승률에 비슷하게 수렴한다는 점에서 무시하기는 어려운 수치다.
그렇다고 해서 두산의 5할 승률이 행운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득점에 비해 실점이 12점이나 많았던 것은 3월 30일 잠실 LG전 4-14 패배와 3번의 6점차 패배로 인한 것이 컸다. 아직 20경기도 소화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1경기 결과가 득실점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대신 두산은 표면적으로 봤을 때 접전인 경우 승률이 높았다. 롯데와의 3연전 이전까지 셋업맨 정재훈과 마무리 이용찬이 굳게 버텨준 덕분이다. 두산은 이번 시즌 1점차 승부에서 3승 2패를 거뒀고, 3점차 이내로 끝난 경기에서도 5승 4패로 시즌 승률을 웃도는 성적을 냈다.
그래서 5할 승률을 행운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승리가 어려워진 경기에서 두산은 필승조 투입을 배제한 경기 운영을 하며 추가점을 내준 경우들이 많았다. 두산이 허용한 82점 가운데 적지 않은 부분이 뒤진 상황에 등판한 불펜 투수들로부터 나왔다. 또한 18일 잠실 롯데전에서는 보기 힘든 불운까지 끼어들었다.
하지만 흐름을 보면 3점차 이내 승리가 접전에서 강했기 때문은 아니었다. 1~3점차 승리에 나타난 불펜의 불안은 문제다. 두산은 4~5점을 앞서다가도 추가점을 내지 못하고 실점을 하는 바람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필승조가 동원되는 경기를 했던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결과는 3점차 이내 상황에서 승률이 5할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쉽게 풀어나갈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던 것이 많았다.
그러므로 두산의 미스테리한 5할 승률은 접전에서 강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기도 어렵다. 대체로 살얼음 리드에서 추가점을 내며 손쉬운 경기를 만든 일이 적었다. 그러면서 초반부터 어려운 분위기로 간 경기에서만 필승조가 쉴 수 있었다.
두산의 피타고리안 승률과 실제 승률의 차이를 한 경기씩 천천히 돌아보면 앞으로의 과제도 조금은 선명해진다. 밀리는 흐름에서는 추격조 투수들의 추가실점 방지, 앞서는 흐름에서는 5회 이후 추가점이 필요하다. 현재 두산에 가장 절실한 두 가지는 추격조 투수들의 분발과 득점권에서의 집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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