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가 아시아 네 번째 별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포항은 지난 16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2010년 8강에 오른 뒤 4년 만에 거둔 쾌거였다.
조별리그 5차전을 위해 일본 원정길에 오른 포항은 이명주의 선제골과 김승대의 추가골을 묶어 세레소 오사카를 2-0으로 완파하고 16강 티켓을 따냈다. 함께 출전한 전북, 울산, 서울 등 K리그의 4팀 중 가장 먼저 16강행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포항은 승점 11을 기록하며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 세레소 오사카(일본), 산둥 루넝(중국, 이상 승점 5)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포항은 오는 23일 안방에서 열리는 부리람과 조별리그 최종전도 부담 없이 치를 수 있게 됐다.
포항은 올 시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K리그 클래식 선두 질주는 물론 ACL 무대에서도 3승 2무로 무패행진을 달렸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브레이크가 없는 쾌속질주였다.
포항은 지난 시즌 K리그와 FA컵을 제패하며 더블을 달성했다. 영광의 상처(?)는 컸다. 기대했던 외국인 공격수 영입은 없었다. 설상가상 황진성, 노병준, 박성호 등 베테랑 공격수들이 줄줄이 팀을 떠났다. 포항은 지난해 결정력 부족으로 고민거리를 안았다. 어두운 미래는 당연한 듯했다.
기우였다. 화수분처럼 쏟아지는 포항의 유스 출신들이 우려를 씻어냈다. 3년차 미드필더 이명주는 올해 기량이 만개했다. 지난해 포항의 더블을 이끌며 김신욱과 K리그 MVP를 다퉜던 이명주는 명불허전이었다. ACL 조별리그 5경기에 모두 나와 446분을 소화하며 1골을 넣었다.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K리그서도 1경기를 제외하고 8경기에 모두 출전해 3골 6도움을 기록했다. 포항의 심장이었다.
프로 2년차인 김승대는 포항의 떠오르는 별이 됐다. 궁여지책으로 원톱 공격수로 변신해 16강행의 선봉장 노릇을 톡톡히 했다. ACL 5경기에 출전해 4골을 터트렸다. 물오른 골감각은 K리그서도 발휘됐다. 김승대는 6골을 넣으며 김신욱을 따돌리고 득점 선두에 자리했다. 포항의 최전방 걱정을 말끔히 떨쳐냈다.
또 다른 유스 출신들도 빼놓으면 서운하다. No.1 수문장 신화용을 비롯해 고무열, 신광훈, 김대호, 배천석, 문창진, 손준호, 이광혁, 이진석 등 기량이 출중한 이들이 넘쳐났다. 이들은 ACL 조별리그서 매 경기 7명 이상 그라운드를 밟았다. 16강 진출의 밑거름이었다. 포항 유스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포항의 축구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FC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탁구공이 왔다 갔다 한다는 뜻)를 빗대 '스틸타카'(스틸러스+티키타카 합성어)로 불린다. 포항의 유스 출신들은 어렸을 때부터 이 같은 축구를 몸에 익혔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짧은 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허무는 게 자연스럽게 몸에 배 있다. 외국인 선수가 없고, 선수층이 얇아도 포항이 승승장구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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