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치열하게 K리그 우승을 다퉜던 포항과 울산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K리그 챔피언 포항은 지난 16일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2010년 8강에 오른 뒤 4년 만에 거둔 쾌거였다. 조별리그 5차전을 위해 일본 원정길에 오른 포항은 이명주의 선제골과 김승대의 추가골을 묶어 세레소 오사카를 2-0으로 완파하고 16강 티켓을 따냈다. 이미 승점 11점으로 경쟁자들을 따돌린 포항은 오는 23일 안방에서 열리는 부리람(태국)과 조별리그 최종전도 부담이 없다.
반면 지난 시즌 K리그 최종전에서 포항에 우승을 내준 울산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울산은 지난 15일 홈에서치른 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전에서 0-2로 완패를 당했다. 같은 날 가와사키 프론탈레가 구이저우 런허를 1-0으로 제압하면서 가와사키와 시드니는 승점 9점이 됐다. H조 선두에서 3위로 밀린 울산(승점 7점)은 22일 가와사키 원정경기에서 반드시 이겨야 16강에 갈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포항과 울산의 엇갈린 분위기는 K리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포항은 울산과의 K리그 개막전에서 0-1로 패했다. 이어 부산에게도 1-3으로 패해 2연패를 당했다. 챔피언 포항이 예전같지 않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기우였다. 이후 포항은 K리그서 6승 1무의 가파른 상승세를 타면서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반면 울산은 ‘4월의 저주’에 울고 있다. 울산은 4월에 치른 6경기에서 2무 4패로 부진하다. 3골을 넣고 9골을 내줬다. 경기당 0.5골을 넣고 1.5골을 내준 셈이다. 특히 집중력이 떨어져 수비가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울산의 주포 김신욱은 지난 달 29일 FC 서울전에서 2골을 몰아친 후 잠잠하다. 3월까지 8경기 동안 7골, 1도움으로 펄펄 날던 김신욱이 침묵하자 울산의 승리도 멀어지고 있다.
포항과 울산의 묘하게 엇갈린 행보는 팀 분위기와도 관련돼 있다. 포항은 비시즌에 기대했던 외국인 공격수 영입이 없었다. 설상가상 황진성, 노병준, 박성호 등 베테랑 공격수들이 줄줄이 팀을 떠났다. 그럼에도 특유의 팀 컬러를 유지하며 유스 출신 선수들이 맹활약하며 공백을 메우고 있다. 6골을 터트린 김승대는 득점 1위에 올랐다.
반면 울산은 조민국 감독이 새로 부임한 뒤 ‘철퇴축구’라는 특유의 컬러가 흐려진 모양새다. 어떤 축구를 할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다. 또 위기 때 김신욱만 찾는 단조로운 공격패턴도 다변화시켜야 한다는 평가다. 다행히 울산은 19일 수원전에서 두 골을 먼저 먹고 후반 5분 동안 두 골을 몰아쳐 폭발력이 살아났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울산이 가와사키를 잡고 반전에 성공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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