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체력적으로 힘든 것이 다른 때보다는 빨리 찾아온다. 하지만 힘들다는 건 핑계밖에 되지 않는 만큼 이겨내려고 노력 중이다."
최근 2경기서 김기희(25, 전북 현대)는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지난 15일 요코하마 F. 마리노스(일본)와 원정경기서 김기희는 공을 제대로 트래핑하지 못하면서 상대 공격수 사이토 마나부에게 역전골을 허용하게 됐다. 결과는 1-2 역전패. 김기희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좌절하지는 않았다. 불과 4일 뒤 김기희는 전남 드래곤즈전에 선발로 출전해 요코하마전과는 전혀 다른 집중력과 깔끔한 수비를 선보이며 전북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김기희는 자신의 실수를 확실하게 인지하고 발전의 계기로 삼았다. 지난 21일 전북 완주군 전북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김기희는 "중요한 경기서 내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팀이 패배했다. 그 패배로 마지막 경기까지 영향을 끼쳐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그래도 요코하마전 패배 이후 좋은 모습을 보이던 전남을 이김에 따라 자신감을 찾게 됐다. 실수는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경기서 이기면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 만회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기희의 실수는 동료들도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유가 있었다. 김기희는 전북의 그 어떤 선수보다 체력적으로 힘들다.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를 탓하기 힘들 정도의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기희는 지난달 8일부터 시작된 주중-주말 연속 경기를 모두 선발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 중이다. 43일 동안 무려 12경기를 모두 뛴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코하마전 패배 직후에도 김기희를 탓하는 선수들은 없었다. 오히려 앞으로도 '하던대로 해라'는 격려의 말이 많았다.
그런 동료들의 태도가 김기희에게는 더욱 힘이 됐다. 또한 최근 전북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체력 저하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실수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김기희는 "실수가 계속되면 체력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만큼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더 집중하고 있다"며 "분명 체력적으로 힘든 것이 다른 때보다는 빨리 찾아온다. 하지만 힘들다는 건 핑계밖에 되지 않는 만큼 이겨내려고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이제 남은 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현재 전북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서 2위를 기록 중이다. 2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리는 멜버른 빅토리(호주)와 홈경기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한다. 실점을 하지 않으면 최소한 무승부를 할 수 있는 만큼 수비진의 역할이 크게 중요한 상황이다. 김기희는 "최근 경기들이 힘들어서 그런지 (중앙 수비수 파트너인) 윌킨슨과 서로 노력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 멜버른전에서도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열심히 하고 의지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며 "멜버른전 결과가 남은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멜버른전이 잘 풀린다면 그 다음 경기도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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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