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드라마 편성을 정상화하고 영화계가 예정대로 신작 개봉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가요계는 아직 '개점 휴업' 상태로 남아있다. 적어도 앞으로 2주는 정상화가 어려울 것이라 예상하고, 각기 다른 일상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원래 4~5월은 쏟아지는 행사 스케줄로 눈코 뜰 새 없는 시기지만, 현재 가요계는 신곡 발표는 물론이고 콘서트, 행사, 하다못해 팬사인회까지 전면 중단하고 세월호 참사로 인한 국민들의 슬픈 정서를 공유하고 있다.
# 컴백 일정 재조정..뉴스 보느라 업무 마비

컴백 시기는 가수들의 성적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번 미뤄진 일정을 어떻게 재조정하느냐는 지금 가요계서 가장 큰 문제일 수 있다. 그래서 '휴업' 상태인 가요관계자들은 향후 일정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
4월 컴백팀이 대거 5월로 자리이동함에 따라 5월은 '피터지는'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는 아예 월드컵까지 지난 7월 컴백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컴백 연기를 발표한 엑소, 블락비, 지나, 박정현은 물론이고 인피니트, 비스트, 휘성, 플라이투더스카이, 티아라 지연, 시크릿 효성, 거미, 빅스 등이 컴백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상태였다.
음악 방송이 재개돼도 컴백 1호가 되기는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특히 신나는 댄스나 섹시 콘셉트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한 가요관계자는 "아무래도 첫주 컴백은 부담스럽지 않겠나. 프로모션 기간도 따로 필요해서 재개 2주 후쯤 컴백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기획사 동향 체크와 그동안 미처 처리하지 못했던 일들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만 계속되는 상황. 그러나 뾰족한 수는 별로 없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회의를 하다말고 뉴스를 보며 우느라 그동안은 업무가 거의 마비 상태였다"고 말했다.
# 행여 상처 떠올리게 할까봐.. 신곡 콘텐츠 재점검
문제는 컴백 일정 뿐만이 아니다.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신곡 콘텐츠가 또 사건을 떠올리게 하지 않을까 걱정도 크다. 차라리 밝은 댄스곡이면 괜찮은데, 슬픈 곡이 더 조심스럽다. 슬픈 분위기의 곡은 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황을 노래하는데, 이같은 곡이 괜히 자극적으로 받아들여질까봐 걱정이 큰 것.

4월말, 5월초 컴백을 예정했던 한 발라드 가수는 아직 예정대로 컴백을 진행하는 게 좋을지, 완전히 미루는 게 좋을지 결정하지 못했다. 발표를 앞둔 신곡의 가사와 분위기 모두 요즘 같은 애도 분위기에 잘 맞아떨어지지만, 오히려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이다. 이 가수의 관계자는 "조금이라도 위로가 된다면야 정말 좋겠지만, 행여 불필요한 오해를 살까봐 매우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가사, 뮤직비디오도 모두 꼼꼼히 분석 중이다.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할만한 모든 장면과 문구를 수정 논의 중이다. 4~5월 컴백팀들은 대부분 사고 전에 가사, 뮤직비디오가 완성됐을테지만, 사고 후에 선보이게 된만큼 꼼꼼히 다시 체크할 수밖에 없다. 한 가요관계자는 "뮤직비디오, 티저 이미지 등을 처음부터 다시 뜯어보고 있는데, 가요 콘텐츠가 워낙 자극, 비극적인 이미지를 차용해온 터라 수정의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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