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14일'(이하 '신의 선물')에 여배우 이보영은 없었다. 대신 아이를 잃고 처절한 사투를 벌이는 엄마 이보영이 있을 뿐이다.
이보영은 '신의 선물'에서 처음으로 아이 엄마 역할을 맡았다. 시청률 보증수표인 그이지만 모성애 연기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리고 결국 예쁜 여배우 이보영은 아이를 잃은 엄마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지난 21일 방송분에서 이보영은 드라마 막바지에 이르러서도 몸 사리지 않는 열연을 보여줬다. 아이를 구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고, 범인들의 발에 채이면서까지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역시나 예뻐보이려는 여배우는 없었다. 그는 그저 아이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엄마 김수현이었다.

극 중 이보영은 감정의 극한을 달리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흥분하고 화를 냈고, 그리고 울었다. 이보영의 연기는 사실적이기에 시청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우울해진다"는 시청자의 의견은 그만큼 이보영의 연기가 시청자들을 몰입케 했다는 증거였다.
특히 이러한 열연이 초반부터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생방송 촬영이라는 '신의 선물'에서 낙폭 없이 언제나 만족스런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것. 초반 방송에 출연해 범인을 향해 저주를 쏟아내는 장면이나, 지난 21일 방송분에서 범인들의 발길질 아래 울부짖는 장면이나 시청자는 이보영의 김수현화에 만족할 수 있었다.
드라마에 임하는 그의 노력은 매 회 극단적 감정을 드러내는 열연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극 중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가난한 여주인공이 명품 코트를 매 회 바꿔입고 등장하는 여타의 드라마들과는 다르다. 그는 머리를 질끈 묶고 옅은 메이크업을 한 채 화면에 모습을 비춘다. 진짜 아이 엄마 같은 옷차림도 마찬가지다. 예뻐보이기를 포기 혹은 거부한 이보영은 비록 완판녀는 되지 못했지만 아이 엄마 김수현이 됐다.
이보영은 지난 2월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 중간에 아이 엄마가 된 상황은 있었지만 처음부터 큰 아이의 엄마 역할은 처음"이라면서 "아이도 안 낳아봤는데 어떻게 모성애를 표현할 수 있을까 며칠동안 고민했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종영을 1회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보영의 이러한 고민에는 훈훈한 답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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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신의 선물'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