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주년을 맞은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진짜 경쟁자는 동시간대 예능프로그램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재밌고 감동적인 ‘무한도전’을 기대하는 ‘욕심 많은’ 시청자들과 매주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이 9년간 방송되며 언젠가부터 자기와의 싸움, 즉 과거 ‘무한도전’과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무한도전’이 오늘(23일) 아홉 번째 생일을 맞았다. 2005년 4월 23일 ‘강력추천 토요일’의 한 코너였던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한 후 벌써 9년을 꽉 채웠다. 제작진은 특별히 9주년 방송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 애도 분위기인데다가 9주년보다는 올 가을 맞이할 400회에 의미를 두고 있다.
국내 최초의 리얼 예능프로그램을 표방한 ‘무한도전’은 웃음을 선사하는 예능프로그램의 존재 목적을 달성하는 동시에, 새로운 도전을 거듭하며 시청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있다. 수명이 짧은 예능프로그램이 무려 9년을 방송하는 것은 ‘무한도전’이 예능 전설로 불리는 이유다.

유재석을 필두로 박명수·정준하·정형돈·길·노홍철·하하 등 7명의 멤버들은 안방극장에 웃음과 감동을 안기며 시청자들에게 어느새 친구이자 가족이 됐다. 명실상부한 국민 예능프로그램의 자리를 지키면서 막강한 파급력을 유지하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으로서 즐거움을 선사하는 동시에 예능 흐름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하나의 문화적인 현상까지 만들며 막중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군림하는 중이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의지와 관계 없이 이 프로그램은 예능계를 선도하는 ‘1등 예능’으로서 중압감에 시달리고 있다. 단순히 웃고 떠들어서 시청자들을 웃게 하기 위해 탄생한 예능프로그램인데 이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치는 해가 거듭될수록 높아지고 있다. 때론 과거에 비해 재미가 떨어졌다는 혹독한 평가를 받기도 하고, 이제는 힘이 빠졌다는 밑도 끝도 없는 위기설이 불거진다.
이들의 도전이 더 이상 새로울 수도 없는 노릇이 9년간 했던 도전의 맥락에 익숙해진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멤버들이 도전을 하는데 쏟아내는 정성과 열정이 시청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전달되고 있다는 점이 ‘무한도전’의 원동력이다.
'무한도전'이 과거 ‘무한도전’의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비롯된 영광과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무한도전’이 걸어왔던 재미와 감동을 뛰어넘어야 하는 자기와의 싸움을 펼치는 어려움이 산재한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동시간대 예능프로그램과의 시청률 경쟁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것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시청률이나 다른 예능프로그램을 견제하는 일에 신경을 쓰지 않는 분위기다. 사실 지금껏 이 프로그램이 지나온 길과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의 웃음과 감동을 책임지기 위해 열성을 다하는 게 ‘무한도전’이 지금까지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는 이유이자 앞으로의 갈 길일 터다.
'무한도전'은 앞으로도 오롯이 시청자만 바라보고 하나의 방송을 내보내고 또 다른 방송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변치 않은 마음가짐이 과거의 '무한도전'을 뛰어넘는 '무한도전'의 생명 연장의 비책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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