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가 어느 때보다 기쁜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 기쁨을 숨겨두고 있다.
넥센은 지난 22일 9회말 1사 만루에서 나온 박병호의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10-9 역전승을 거뒀다. 넥센은 이날 승리로 단독 선두를 지켰을 뿐 아니라 8연승 행진을 벌이며 2012년 이후 2년 만에 팀 창단 후 최다 연승 타이 기록을 세웠다. 특히 1-7까지 뒤졌던 상황을 뒤집었기에 넥센에는 뜻깊은 승리였다.
그러나 끝내기 승리의 마지막은 허무하리만큼 조용했다. 박병호는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은 뒤 마치 경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처럼 차분히 배트를 놓고 1루에 걸어갔다. 이날 4안타 1볼넷으로 맹활약한 서건창은 조용히 홈으로 걸어와 두 발로 홈을 밟았고 강정호만이 서건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넥센 선수들은 보통의 끝내기와 다르게 홈 팬들에게 인사만 한 뒤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넥센의 조용한 세리머니는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목숨을 잃었거나 아직 실종자 명단에 올라있는 탑승객들과 그 가족들을 애도하고 위로하려는 분위기에서 비롯됐다. 최근 프로야구는 경기 도중 응원, 이벤트를 자제하고 선수들도 크게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마음을 전달하고 있다. 선수 개인이나 팀 차원에서 위로의 방법을 찾는 경우도 보인다.
넥센은 이날 롯데처럼 노란 리본을 단 것도, 경기 전 승리 상황을 논의한 것도 아니었다. 특히 끝내기 승리는 의도치 않은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까지 이야기를 나누기는 힘들었다. 그러나 박병호 타석에서 3볼까지 볼카운트가 흐르자 2루주자로 서있던 주장 이택근이 벤치에 조용히 신호를 보냈다. 선수들은 묵묵히 주장의 사인을 읽었다.
주장의 사인을 읽었든 읽지 못했든 선수들 모두 진지한 마음으로 애도의 뜻을 보냈음은 명확했다. 이날 홈플레이트를 밟으며 경기를 끝낸 서건창은 경기 후 "경기 전에 선수들끼리 상의한 것은 아닌데 저절로 그렇게 됐다. 지금은 쉽게 웃을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마음껏 기뻐하기엔 너무나도 비극적인 일이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요즘, 넥센 선수들 역시 그 마음을 함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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