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은 롯데 불펜에 잔인한 계절이다. 이제 9회 2점 차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롯데는 22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넥센전에서 9-10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성적은 8승 8패 1무, 간신히 5할 승률에 턱걸이 한 롯데다. 반면 넥센은 창단 최다인 8연승을 달리면서 선두를 질주했다.
1패 이상의 충격을 롯데에 가져다 준 역전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3회까지 7-1로 앞서가면서 손쉬운 승리를 거두나 싶었지만 거짓말처럼 역전패를 당했다. 특히 롯데 불펜은 7회 1점, 8회 1점, 그리고 9회 3점을 헌납하면서 경기를 내줬다. 이 과정에서 롯데는 올 시즌 초반 고민거리인 불펜 불안을 또 봤다.

롯데는 김성배-이명우-최대성-김승회-정대현-강영식 순으로 불펜을 운영했따. 롯데가 가진 필승조 선수들이 모두 경기에 출전했다. 이들 가운데 자기 역할을 다한 선수는 1이닝 3타자를 깔끔하게 처리한 김승회 뿐이다. 최대성과 강영식은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주자 2명을 내보냈고, 김성배도 1이닝을 던져 안타 2개에 본인 실책까지 겹쳐 1점을 내줬다.
무엇보다 마무리로 낙점된 정대현의 부진이 뼈아팠다. 9-7 리드에서 9회 마운드에 오른 정대현은 아웃카운트 단 1개만 잡으면서 안타 2개에 볼넷 2개를 내주고 무너졌다. 운이 없어 안타가 된 타구도 있었지만 제구력이나 구위가 두산 3연전만 못했다. 벌써 정대현은 2패 째를 당했다.
롯데는 최근 6경기에서 2승 4패로 조금 주춤하다. 이 기간에 롯데가 당한 4패 모두 불펜에서 나왔다. 롯데 타선은 6경기에서 평균 6.7점을 내면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지만 불펜이 자꾸 무너진다.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했던 김성배는 2블론으로 잠시 자리를 내놨고, 이제는 정대현까지 흔들리고 있다.
현재 팀 블론세이브 최다는 NC(4회), 그리고 블론세이브 3회인 팀이 3팀(롯데, SK, 한화)이다. 블론세이브 숫자만 봐서는 롯데 불펜의 문제점이 보이지 않는다. 개막 전까지는 정상급 불펜으로 평가 받았던 롯데 뒷문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일까.
일단 롯데 불펜은 출장 경기수가 가장 많다. 롯데는 22일 현재 17경기에서 불펜투수 경기수 총합이 63경기로 가장 많다. 경기당 평균 3.7명의 불펜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롯데보다 경기가 많았던 KIA와 한화(19경기)도 각각 불펜투수 경기수는 49경기와 56경기로 롯데보다 훨씬 적다. 불펜투수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다. 롯데 불펜이 본격적으로 문제를 드러낸 시기가 홈에서 가진 NC 3연전이었는데 이때 롯데는 2경기(1경기는 우천연기) 모두 연장승부를 펼쳤다.
불펜투수 개인 기량의 문제도 있겠지만, 선발투수들의 최근 난조도 불펜 부담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롯데 선발 퀄리티스타트는 7번으로 리그 중위권은 되지만, 퀄리티스타트+(7이닝 2실점 이하)는 지난 20일 옥스프링(8이닝 2실점)이 기록한 단 1번 뿐이다. 선발투수가 7이닝을 넘긴 것도 옥스프링만 2번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김시진 감독은 "선발투수가 좀 더 오래 던져줘야 한다"고 말하는데 아직까지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롱 릴리프 요원들의 부진도 뼈아프다. 심수창과 이상화는 크게 앞서가던 경기에서 등판했지만 실점을 막지 못했다. 이들의 부진은 필승조의 등판수를 늘리고 말았다.
김시진 감독은 올해 유난히 과감한 선택을 거듭하고 있다. 평소 한 번 믿음을 준 선수는 기회를 많이 주는 편이었지만, 올 시즌은 결정이 빠르다. 베테랑 선수들을 한꺼번에 2군으로 보낸 것이며, 주전 마무리 김성배가 흔들리자 곧바로 바꾼 것만 봐도 그렇다. 최근 몇 경기에서 정대현이 맨 마지막에 나오기는 했지만 마무리로 낙점된 것은 아니었다. "우리 팀 마무리는 당분간 없다"고 선언한 김시진 감독이 불펜에 어떻게 메스를 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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