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개막전, 롯데 외야수 전준우의 이름은 선발 라인업에서 보이지 않았다. 당시 롯데 선발 중견수는 이승화, 좌익수는 김문호가 이름을 올렸다. 2011년 이후 굳건한 주전이었던 전준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작년 시즌을 마치고 전준우는 발목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았다. 재활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수술은 아니었지만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다. 게다가 애리조나 전지훈련 캠프에서는 내성발톱까지 겹치면서 결국 조기귀국을 했다.
겨우내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전준우는 시범경기에는 정상적으로 출전했지만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특히 주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고 김시진 감독은 전준우를 수비부담이 덜한 좌익수로 옮겨 보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전준우는 결국 개막전 선발출전 대신 교체출장에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전준우는 롯데가 가진 17경기에 모두 출전하고 있다. 22일 현재 타율은 2할5푼, 타율만 보면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홈런 1개에 8타점을 기록 중이다. 그렇지만 출루율을 보면 다르다. 전준우의 출루율은 4할2푼3리로 리그 8위에 올라 있다.
특히 22일 넥센전은 전준우가 자신의 건재함을 알린 경기였다. 이날 전준우는 3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에 볼넷까지 2번 얻어내며 100% 출루에 성공했다. 2번 타자로 나선 것도 대성공. 톱타자 정훈과 좋은 호흡을 보며주면서 롯데 공격 선봉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전준우의 타순은 지난 3년 동안 자주 바뀌었다. 2011년에는 톱타자로 출전하며 득점왕을 차지했고 2012년과 2013년에는 중심타선과 하위타선을 오갔다. 최근 2년 전준우는 타격 성적이 만족스럽지 못했고 타순 변동 또한 잦았다.
가장 좋은 건 전준우가 다시 톱타자로 자리잡는 것. 롯데는 올 시즌 톱타자 부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승화와 김문호, 정훈 모두 1번 타자로 나서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톱타자로 득점왕 경험까지 있는 전준우가 1번 타순에 자리잡고, 2번 자리에서 가장 잘 하는 정훈(타율 .343)과 테이블세터를 이룬다면 중심타선에 주자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리그 최고의 3번 타자인 손아섭의 타점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올해 보강한 최준석-히메네스 중심타선 효과를 벌써부터 보고 있다. 이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테이블세터의 활약이 중요하다. 높아진 집중력과 선구안으로 시즌 초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전준우가 톱타자로 자리 잡는다면 롯데는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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