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내가 널 용서하는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기황후’ 지창욱이 감업사에서 벌을 받았던 하지원을 안으며 한 말이다. 여전히 사랑하는 승냥(하지원 분)을 놓을 수 없는 타환(지창욱 분)의 애절한 고백이지만 어쩐지 앞으로의 일에 대해 암시하는 복선인 것 같아 눈길을 끌고 있는 상황. 과연 승냥은 나날이 광기를 더해가는 타환의 의심을 이겨내고 황후의 자리에 설 수 있을까.
지난 22일 방송된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한희 이성준)에서는 자신에게 여전히 충성을 다하는 승냥을 용서하는 타환의 모습이 그려졌다.

앞서 타환은 끝내 자신 몰래 백안 장군(김영호 분)을 죽인 승냥에게 화를 내며 그를 감업사로 쫓아냈다. 하루 수백 대의 매를 맞으며 자신의 잘못을 외치는 게 승냥에게 부여된 벌이었다. 감업사로 쫓겨난 승냥은 매일 밤 황제와 아들 아유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승냥이 없는 황궁에서 타환의 광기는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황궁 대소신료들을 모두 모은 그는 술에 취한 채 칼을 들고 등장해 “살고 싶으면 납작 엎드리라”고 명하며 군기를 잡았다. 심지어 어머니뻘인 황태후에게까지 “엎드리라”고 말할 정도. 그간 힘 있는 자들에게 붙어 권력 다툼을 일삼던 신하들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타환은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던 승냥을 잊지 못했다. 보고싶은 마음에 감업사로 달려간 그는 승냥이 자신과 아들 아유를 위해 치성을 드리는 것을 발견하고 마음을 돌렸다. 승냥이 기거하는 방으로 간 타환은 벌을 받아 멍이 든 승냥의 어깨에 약을 발라주며 용서의 뜻을 전했고, 다시 승냥은 황궁에 들어가게 됐다.
이후 승냥은 “그동안 백안과 싸웠던 이유는 나와 아유가 살기 위함이었다”며 타환에게 이제 권력을 위협하는 자가 없는 만큼 타환을 보필하는 데 힘을 쓰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는 평화가 찾아온 듯 보였다. 그러나 이도 잠시, 죽은 마하의 출생 비밀을 알고 있는 서상궁(서이숙 분)이 문제였다.
어떻게 해서든 죽은 타나실리(백진희 분)를 위해 복수를 하려하던 그는 당기세를 찾아가 마하가 사실은 승냥과 왕유(주진모 분)의 아들임을 전했다. 마침 승냥과 타환을 죽일 계획을 짜고 있던 당기세는 두 사람의 행차 때 갑자기 등장해 칼을 겨눴다. 당기세의 계략을 미리 파악하고 있던 왕유의 도움으로 당기세는 죽음을 맞이하고 승냥과 타환은 목숨을 구했지만, 당기세는 끝까지 승냥에 대한 복수심을 놓지 않았다. 죽기 전 타환에게 마하가 승냥과 왕유의 아들임을 알리며 "너는 평생 승냥이의 빈껍데기로 살 것이다"라고 저주를 퍼부은 것.
평소에도 걸핏하면 광기를 드러냈던 타환은 그 순간 얼굴색이 변하며 "아니다"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런 그의 앞에 승냥이 나타났고, 승냥의 뒤로 왕유가 모습을 드러냈다. 늘 승냥과 왕유 사이를 의심하며 피해의식에 시달렸던 타환의 광기가 다시 폭발할 조짐을 보였다.
타환은 여리고 섬세한 마음 속에 언제 폭발할 지 모르는 광기가 감춰진 인물이다. 승냥 앞에서 까막눈에 어리바리하기만 한 황제였던 그는 시간이 갈수록 황제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스트레스 속에 미쳐가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승냥 만이 그런 타환의 브레이크가 돼 줬지만, 다시 한 번 승냥에 대한 믿음이 무너진 상황에서 그가 어떤 선택을 할 지 관심을 모은다.
더불어 지창욱은 그런 타환의 심리를 개성있는 연기로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승냥과 함께 있을 때는 순애보적인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가도 한 번 생각이 꼬이면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는 광기어린 황제의 모습은 마치 스릴러 영화의 주인공인 듯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제 종영까지 2회를 남긴 '기황후'가 마지막 갈등을 어떻게 정리해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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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