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다저스타디움(LA 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마운드에 처음 서는 투수들이 홈플레이트 쪽으로 다음 발의 코가 앞선 발 뒷 꿈치에 닿도록 양발을 서로 붙이면서 움직이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디딤발(오른손 투수의 경우 왼발)이 일정한 지점에 착지하도록 미리 땅을 골라 놓기 위해서다. LA 다저스 류현진은 여덟 걸음이 착지점이다.
이렇듯 투수의 디딤발 위치가 일정하다는 것 곧 스트라이드가 일정하다는 것은 안정된 피칭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장시간에 걸쳐 조금씩 변할 순 있어도 하루아침에 바꾸기 힘든 것이고 모든 투수들은 자신만의 스트라이드를 유지하려고 힘쓴다.
23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류현진과 맞대결을 펼친 필리스 선발 투수 A.J. 버넷은 최근 자신의 스트라이드를 바꿨다. 원한 일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지난 주 버넷은 서혜헤르니아 진단을 받았다. 탈장으로 사타구니에 통증을 느끼는 병이다. 수술이 불가피하지만 버넷은 이를 시즌 뒤로 미뤘다. 대신에 통증을 줄이기 위해 두 가지를 선택했다. 하나는 코르티손 호르몬 주사를 맞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투구 때 스트라이드를 줄이는 것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만 버넷의 23일 투구 내용은 그가 왜 메이저리그 15년차인지 그리고 2005년 이후 지난 해까지 매년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할 수 있었는지 알게 했다.
다저스 타선을 맞아 잃지 않은 제구력을 앞세워 6⅔이닝 동안 6안타 1볼넷 2실점으로 호투했다. 2-2 동점이던 7회 2사 1루에서 마운드를 제이크 디크먼에게 넘겨 승패 없이 물러났지만 부상도 결코 걸림돌이 될 수 없음을 잘 보여줬다.
2007년 메이저리그 초반 96마일 후반대에 이르던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이 이젠 92마일대로 떨어졌으면서도 대신 향상된 제구력과 볼배합으로 버텨온 베테랑의 면모를 잘 느낄 수 있었다.
버넷은 삼진도 5개를 잡아 피츠버그 소속이던 지난 해 내셔널리그에서 9이닝당 삼진 숫자(9.85개)가 가장 많은 투수였음도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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