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 이닝 선두타자를 출루시켰고, 피안타 9개, 득점권에 주자도 빈번하게 내보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결과는 호투, 다저스 선발진의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류현진(27, LA 다저스)이 23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6번의 선발 등판 중 퀄리티스타트 4번 달성했다. 타선의 지원을 받지 못하며 시즌 4승에는 실패, 승패 없이 물러났으나 한층 더 노련해진 류현진의 투구를 엿볼 수 있었다.
이날 류현진은 간간히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린 공을 던졌고, 패스트볼도 80마일 중반대가 찍힌 공이 나왔다. 하지만 100% 컨디션이 아니라도, 제구력과 구위가 주춤해도 마운드를 지켰다. 마치 백전노장처럼 상대 타자의 심리와 스윙궤적을 파악하고 약점을 공략했다.
3회초 베넷과 르비어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 2루로 몰렸으나, 강타자 롤린스를 상대로 투구 템포를 빠르게 가져갔다. 1회초 첫 번째 타석에서 롤린스의 머리에 체인지업을 가득 심어놓은 것을 활용, 허를 찌르는 몸쪽 패스트볼로 삼구삼진으로 롤린스를 돌려세웠다.
이어 1사 1, 2루에서 버드에게 유격수 땅볼 병살타를 유도해냈다. 풀히터 성향의 우타자 버드는 지난 시즌 스트라이크존 몸쪽에 타율 4할6푼을 기록할 정도로 인코스에 강하다. 반면 바깥쪽 공에는 2할8푼3리로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류현진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특유의 바깥쪽 승부를 걸면서 구종을 바꿔 버드를 흔들었다. 결국 버드는 류현진의 바깥쪽 체인지업에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기고 병살타를 쳤다. 전력분석을 바탕으로 타자 성향을 파악한 류현진의 영리함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위기관리능력은 우연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제구력과 구위, 그리고 상대 타자를 파악하는 능력을 모두 갖춰야 한다. 류현진이 지난해 병살타 26개를 유도, 이 부문 리그 전체 3위에 오른 것은 영리함과 노련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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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 =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