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판에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모범을 보여야 할 지도자들이 선수들을 폭행하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성남 FC는 22일 ‘폭행논란’을 일으킨 박종환(76) 감독이 자진사퇴했다고 발표했다. 박 감독은 지난 16일 성균관대와 연습경기 전반전 도중 중견 선수와 신인 선수 총 2명의 얼굴을 때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결국 박 감독은 감독직에서 물러나며 폭력행위를 인정했다.
K리그 챌린지의 부천 FC 역시 최근 코치가 상습적으로 선수들을 구타한 사건이 드러나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부천 구단은 지난 21일 “해당코치는 최근 불거진 구타 사건이 본인으로 인해 많은 논란이 된 것에 대해 통감하고 있으며, 이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를 결정다”면서 사건을 봉합했다. 또 부천은 21일 오후 긴급운영위원회를 열어 최진한 감독에게 경고조치를 취했다.

과거 한국축구는 스파르타식 훈련과 상명하복식의 복종을 강조했다. 또 감독 및 코치는 지도자라는 개념보다 ‘스승’으로 통했다. 제자인 선수들이 제대로 뛰지 않거나 말을 듣지 않을 때 ‘사랑의 매’라는 미명하에 몸에 손을 대는 것을 당연시 여겼다. 지도자 경력이 40년이 넘은 박종환 감독이 종전의 지도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이유다.
사퇴 결심을 한 뒤 박종환 감독은 “너무 억울하다. 자꾸 견디지 못할 정도로 확대(해석)를 해서 (사퇴결심을) 그랬다. 나중에 다 말하겠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못한 선수를 폭력으로 바로 잡으려했던 악습은 어떤 이유에서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제 시대는 바뀌었다. 특히 프로축구선수는 자신을 챙겨 가치와 몸값을 높여야 하는 전문직업인이다. 누가 때린다고 열심히 하고 말고 하는 선수는 애초에 프로자격이 없는 셈이다. 폭행을 일삼는 지도자 역시 프로로서 실격이라고 볼 수 있다.
폭력사태가 불거진 성남과 부천은 감독을 사퇴시키는 선에서 애써 상황을 정리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래서는 구태의연한 과거의 악습을 절대 뿌리 뽑을 수 없다. 이제 프로축구연맹 차원에서 폭력을 확실하게 근절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다. 프로축구선수들의 기량발전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그들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먼저다.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