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웠던 소식이 터져 나왔다. 김기태(45) LG 감독이 자진사퇴했다. 엄청난 후폭풍이 생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시즌 초반 성적이 썩 좋지 않은 LG의 향후 행보에도 큰 관심이 몰리고 있다.
김기태 LG 감독은 23일 대구 삼성전에 앞서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감독은 이날 덕아웃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많은 이들의 의구심을 자아냈다. 당초 스트레스성 장염 등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자진사퇴’라는 엄청난 일이 배경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미 지난주부터 김 감독이 이를 고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계현 수석코치가 대행 체제로 팀을 이끌게 된다.
프로야구 초창기에는 4~5월에 감독들이 지휘봉을 내려놓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한 팀의 감독이 4월에 자진사퇴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여기에 김 감독은 지난해 2002년 이후 팀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으며 선수단과 팬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자진사퇴를 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성적에 대한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타이밍에 ‘자진사퇴’라는 강수를 던졌다.

배경이야 어쨌든 LG를 이끌어가는 수장이 바뀐다는 것은 기정사실화됐다. 김 감독의 성격상 한 번 내린 결정을 뒤바꿀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문제는 LG의 시즌 초반 성적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김 감독의 자진사퇴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LG는 22일까지 4승12패1무(.250)로 리그 최하위에 처져 있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3할 승률도 안 되는 팀이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선두 넥센과의 승차가 7.5경기나 벌어졌다.
야구계 관계자들은 “아직 시즌 초반이라 따라잡을 수 있는 힘은 충분하다. 하지만 더 이상 처지면 시즌 중후반 따라잡기가 벅찰 수 있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감독의 자진사퇴가 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감독은 조직력이 느슨하던 LG를 ‘팀’으로 묶으며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런 김 감독을 선수들이 잘 따른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일단 ‘팀 LG’의 구심점이었던 김 감독이 빠져 나간 현 상황이 팀 성적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여기에 투수들의 절대적인 신망을 얻었던 차명석 투수코치도 이미 팀을 떠났다. 조계현 수석코치가 팀 분위기를 어떻게 잘 수습하느냐가 관건으로 보인다.
만약 이런 혼란기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면 LG의 추락은 불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9개 구단의 전력이 모두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올 시즌이다. 예년처럼 절대 약체는 없어 순위 싸움이 치열하다. 시즌 중반도 아닌, 초반에 사령탑이 바뀐 LG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는 올해 프로야구 순위표의 최고 화두로 자리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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