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년의 한을 푼 LG 김기태 감독이 23일 자진사퇴를 결정,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LG 구단은 대구 삼성전이 끝난 직후 이날 경기에 불참한 김 감독의 자신사퇴를 발표했다. 당초 김 감독이 불참한 이유는 스트레스성 장염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실상은 자진사퇴였고, 앞으로 조계현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으로 LG를 이끈다.
사실 김 감독은 부임 첫 해인 2012시즌부터 항상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밖으로 이를 표출하진 않았으나 주축 선수 5명이 FA 이적과 초유의 사건으로 팀을 이탈했다. 2013시즌 초반 팀이 흔들렸을 때는 구단 내부에서 새 감독 선임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2013년 5월초 상당수 코치들이 김기태 감독과 뜻을 같이해 함께 유니폼을 벗을 생각까지도 했었다.

LG가 5월 중순부터 반등에 성공, 2002시즌 이후 11번째 시즌 만에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았지만 김 감독의 시련은 계속됐다. 김 감독은 10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 겨울 선수들의 두둑한 연봉 인상, 특급 FA·특급 외국인선수 영입을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선수들은 함께 서울 연고지에 자리한 두산 넥센보다 연봉 인상률이 높지 않았다. FA 영입도 전무했다. 작년 11월 일본 고치 마무리캠프 당시 김 감독은 구단이 특급 선수를 데려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FA 중 누구도 LG에 오지 않았다. 새 외국인선수 영입 또한 구단 측에서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 프로야구 9개 구단 중 넥센 다음으로 적은 투자였다.
여기에 LG 2군 감독 시절부터 김 감독의 오른팔 역할을 해온 차명석 투수코치의 이탈은 치명타가 됐다. 김 감독은 1년 동안 병간호를 받아야 되는 차 코치의 사정을 듣고 차 코치를 재활군 감독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구단 측은 차 코치와의 계약을 미뤘고, 차 코치는 1군 선수단이 애리조나로 떠난 후에도 구단으로부터 계약 통보를 받지 못했다. 차 코치가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애리조나에 있던 김 감독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임기 내내 반복된 사고도 김 감독을 지치게 했다. 첫 스프링캠프부터 선발투수 둘이 승부조작으로 유니폼을 벗었고, 수훈 선수 인터뷰 중 물벼락 사건, 빈볼 사건으로 인해 LG에 대한 대중의 반감은 극에 달했다. 김 감독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감독이 못해서 그런 것이다. 팬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여왔지만,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LG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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