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조기 사퇴…감독은 파리 목숨
OSEN 이우찬 기자
발행 2014.04.23 22: 13

LG는 23일 보도 자료를 통해 김기태 감독의 사퇴를 공식 확인했다. 김 감독은 개막 한 달이 되지 않았는데도 물러나는 불명예를 안았다. 지난해 팀을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놓으며 신바람 야구를 재현했던 김기태 감독이지만 시즌 초반 옷을 벗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LG는 지난해 74승 54패 승률 5할7푼8리를 기록하며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리즈와 류재국, 우규민 등 탄탄한 선발 투수와 함께 든든한 마무리 봉중근이 마운드를 지켰다. 이동현과 이상열, 류택현 등 베테랑 투수들은 중간을 두껍게 했다. 야수진에서는 이병규와 박용택 등 고참 선수들과 김용의, 문선재 등 젊은 선수들이 힘을 합쳤다. 이 연결 고리를 엮어낸 게 김기태 감독이다.
2014시즌 초반 성적 부진으로 출발은 좋지 않았다. 22일 현재 4승 12패 1무로 승률 2할5푼까지 떨어졌다. 한화 이글스와의 벤치클리어링 이후에는 팀에 대한 여론도 악화됐다. 하지만 20경기도 치르지 않은 시즌 초반. 언제든지 반등의 여지가 있다. 선수들도 삭발 투혼을 벌이며 단합된 모습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지난해 11년 만에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감독이 사실상 지도력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이다.

김진욱 전 두산 감독은 지난해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 시킨 후 준우승을 이끌었지만 경질됐다. 정규리그 4위를 기록했지만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2연패 후 3연승으로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LG를 꺾고 한국시리즈까지 오른 두산이다. 하지만 준우승이라는 준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구단은 만족하지 못했고 결국 김진욱 감독은 물러났다.
3년전 김경문 두산 감독도 성적이 부진하자 8년동안 잡았던 지휘봉을 스스로 놓았다. 두산의 허슬야구를 정착시키며 한국야구에 새 바람을 일으켰고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의 신화를 작성했던 유능한 사령탑이었다. 겉으로는 성적 때문에 스스로 지휘봉을 놓았지만 이 과정에서 구단과의 묵은 갈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감독직은 파리 목숨이다. 그러나 팀을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 시킨 공로는 제대로 평가받아야 마땅하지만  몇 개월도 되지 않아 감독직을 스스로 놓았다. 이 과정에서 LG 프런트의 무능도 한 요인이었다.  결국 시즌 초반 20경기도 치르지 않은 상황, LG는 선장을 잃고 말았다.  
rainshine@osen.co.kr
인천=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