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7일. 박종훈 전 감독의 사퇴 이후 차기 사령탑을 찾던 LG는 16대 감독으로 김기태 수석코치를 선임했다. 당시 김 감독의 나이는 만 42세, 현역 최연소 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김 감독은 선수단을 빠르게 장악하며 감독 생활을 시작했다.
시작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2012 시즌을 앞두고 이택근, 조인성, 송신영 등 FA 선수들이 연달아 빠져나간 반면 별다른 전력보강은 없었다. 게다가 사상초유의 경기조작 사건 핵심 가담자가 LG에서 나오는 아픔까지 겪었다.
어려운 조건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김 감독은 2012년 초반 상승세를 달리며 한때 2위까지 올라갔다. 그렇지만 여름 봉중근의 블론세이브를 시작으로 기세가 꺾였고 결국 7위로 시즌을 마쳤다.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012년 김기태호는 '손가락 세리머니'를 남겼다. 김 감독은 선수들과 하는 하이파이브 대신 검지만 살짝 내미는 세리머니를 만들었다. 작은 손가락을 서로 맞대기 위해서는 선수나 감독 모두 상대방의 움직임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를 통해 상대방의 움직임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자는 의미였다.
손가락 세리머니는 LG만의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주장 이병규는 검지 손가락을 편 모양의 커다란 장갑을 어디선가 구해와 응원 도구로 삼았고, 이는 팬들에게도 퍼졌다.
서로를 조금만 더 배려하고 옆에 있는 동료에 집중하는 '손가락 세리머니'의 유산은 2013년 꽃을 피웠다. 4월 말부터 질주를 시작한 LG는 앞선 10년과는 달리 끝까지 상승세를 유지했고, 결국 정규시즌 2위로 시즌을 마쳤다.
2002년 준우승 이후 LG는 계속해서 4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10년 동안 가을야구에 초대받지 못한 건 LG가 유일하다. 그리고 2013년, LG는 세간의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비록 두산과 벌인 플레이오프에서 LG는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2014년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올해 정규시즌 17경기만을 치른 23일 경기를 앞두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구단은 김 감독을 적극 만류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시즌 초 LG는 17경기에서 4승 12패 1무로 최하위에 처져 있었고, 구단 안팎에서 김 감독을 흔드는 이야기가 나오자 미련없이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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