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 떠난 LG, 제 2의 암흑기 오나?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4.23 22: 13

LG 트윈스의 부활을 이끈 김기태 감독이 떠났다.
LG는 23일 경기 직후 김기태 감독 사임을 발표했다. 자진사퇴라는 것은 결과일 뿐, 김 감독이 팀을 떠나기로 결심한 과정은 아직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확정된 것은 11년 만에 LG를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김 감독이 LG 유니폼을 벗게 되었다는 것 하나뿐이다.
아직 20경기도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팀 성적 부진이 사퇴 이유의 전부라고 보기는 어렵다. 평소 쉽게 포기하지 않는 악바리 근성을 지닌 김 감독의 특성으로 보아 사퇴하겠다는 마음을 먹게 하는 결정적인 사건이 어떤 형태로든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현재로서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질과 자진사퇴는 다르지만, 팀을 재건한 수장이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점은 2002년 직후 김성근 감독 경질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LG는 팀을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킨 김성근 감독을 시즌이 끝난 뒤에 경질시켰다. 이후 김기태 감독이 사령탑에 오르기까지 포스트시즌에 참가하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을 내친 이후 LG의 행보는 잘 알려진 대로다. LG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4명의 감독(이광환, 이순철, 김재박, 박종훈)에게 지휘봉을 맡겼으나 누구도 팀을 가을잔치에 내보내지는 못했다. 이순철 감독과 김재박 감독 사이에 잠시 팀을 맡았던 양승호 감독대행까지 포함하면 5명의 감독이 암흑기만 겪었다.
그리고 김기태 감독이 팀을 맡고 나서야 2번째 시즌이던 지난해 페넌트레이스 2위에 오르며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2011년 LG 팬들의 ‘즉석 청문회’ 사건 때 수석코치로 박종훈 감독 옆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기도 했던 김 감독은 팀을 빠른 속도로 추스르고 재편해 신구조화가 이뤄진 팀을 만들어냈다.
큰 경기 경험 부족으로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에서는 1승 3패로 두산에 무릎을 꿇기는 했지만, LG는 이번 시즌 더 큰 도약을 꿈꾸고 있었다. 김기태 감독이 버티고 있었기에 감히 꿈꿀 수 있는 일이었다. 레다메스 리즈가 이탈하기 전까지는 우승 후보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모두 없던 일이 됐다. 오히려 4승 1무 13패로 9위에 처진 팀이 얼마나 더 지금의 위치에 있어야 할지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백순길 단장이 이날 오전까지 김 감독을 만나 사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단장의 적극적인 만류로도 돌릴 수 없을 만큼 김 감독의 마음은 돌아섰다. 최측근의 말에 따르면 김 감독은 이미 지난 주말에 감독직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
경질과 자진사퇴로 성격이 다르지만, 김기태 감독이 LG와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됐다는 사실은 김성근 감독과 닮은 점이다. 침체기를 뒤로하고 팀을 일으킨 수장을 잃은 LG가 또 한 번의 긴 암흑기를 겪게 될지, 아니면 뜻대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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