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중도 퇴진이었다. 김기태 감독의 자진 사퇴로 LG의 감독 잔혹사가 반복됐다.
LG는 23일 대구 삼성전을 마친 뒤 김기태 감독의 자진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지난 2011년 10월 LG 감독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계약기간의 마지막 해 18경기를 치른 시즌 초반부터 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LG의 감독 잔혹사에 또 한 번의 페이지가 쓰여졌다.
지난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해 트윈스로 창단한 LG는 백인천 초대 감독의 지휘로 첫 해부터 페넌트레이스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최고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백 감독은 이듬해 팀 성적이 6위로 떨어진 데다 구단과 불화가 겹쳐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2대 이광환 감독은 LG 사령탑 중 유일하게 재계약에 성공했다. 부임 3년째였던 1994년 신바람 야구로 LG의 창단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그러나 1996년 시즌 중 성적 부진을 이유로 중도 사퇴했고, 천보성 수비코치가 감독으로 승격됐다.
천보성 감독도 1997~1998년 2년 연속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으나 1999년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어 2000년 취임한 이광은 감독도 첫 해 팀을 매직리그 1위로 지휘했지만, 이듬해인 2001년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성적 부진 속에 5월5일 자진 사퇴했다.
이광은 감독에 이어 김성근 감독이 LG 지휘봉을 잡았고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팀을 재건했다. 그러나 구단 고위층과 야구관을 놓고 마찰을 빚으며 준우승 직후 경질됐다. 엄청난 후폭풍 속에 이광환 감독이 다시 LG 사령탑으로 돌아왔으나 2003년 성적이 6위로 떨어지자 이 감독 2기 체제는 1년 만에 끝났다.
뒤이어 이순철 감독이 새롭게 선임됐다. 젊은 감독 열풍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은 이 감독은 그러나 시작부터 주축 베테랑 선수들과 불화로 리더십에 상처가 났다. 2004~2005년 2년 연속 6위에 그쳤고, 2006년 최하위 추락 속에 6월5일 자진사퇴했다.
이 감독에 이어 현대에서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룩한 김재박 감독도 LG에서는 실패했다. 2007년 첫 해 5위로 가능성을 보였으나 2008년 8위 최하위, 2009년 7위에 그쳤다. 계약기나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 재계약에도 실패한 뒤 지금까지 야인으로 있다.
그러자 LG는 다시 새로운 초보 감독 카드를 꺼냈다. 두산에서 2군 감독을 지내며 준비된 감독감으로 평가 받은 박종훈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으나 2010~2011년 2년 연속 6위에 머물렀다. 결국 계약기간 1년을 남기고 자진 사퇴 형식으로 팀을 떠나야 했다.
박종훈 감독에 이어 지휘봉을 잡은 김기태 감독은 2012년 첫 해 7위에 그쳤지만, 2013년 페넌트레이스 2위로 LG의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탈락 아픔을 씻어냈다. 그러나 2014년 초반 최하위 추락과 함께 갑작스런 사퇴로 물러나 LG의 감독 잔혹사에 한 페이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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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철-김재박-박종훈-김기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