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수사극이나 스릴러물에는 긴장을 높여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허를 찌르는 반전도 중요하지만 반전을 위해 이것저것 늘어놓은 다음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작품의 질을 떨어트리게 된다. 반전만을 위한 전개는 오히려 개연성을 떨어트리는 단점으로 작용되기도 한다.
최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 - 14일'(극본 최란, 연출 이동훈)은 이런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유괴된 딸을 살리기 위해 2주 전으로 타임워프 된 엄마 김수현(이보영 분)과 전직 형사 기동찬(조승우 분)이 의문의 납치범과 벌이는 치열한 두뇌게임이라는 설정은 좋았다.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 요소가 가미돼 신선함을 주고, 배우와 제작진이 방송 전부터 "미국드라마 같은 완성도"라고 강조한 만큼 기대도 컸다.
드라마 초중반까지는 꽤 힘 있는 전재가 이어졌다. 여러 용의자를 등장시켜 추리하는 재미를 줬고,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도 있었다. 하지만 반전을 너무 의식한 탓일까. 중반 이후 '신의 선물'에 대한 반응은 초반과 사뭇 달랐다. 반전만을 의식한 우연을 반복하고, 논리적이기보다는 감정만 앞서는 주인공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졌다. 마지막에 밝혀질 용의자까지 너무도 많은, 여러 명의 용의자와 사건을 얽혀놓고 수습에는 공을 들이지 않아 오히려 시청자 몰입도를 떨어트렸고, 디테일한 전개도 부족해 개연성이 뚝 끊기는 느낌이었다.

수사극, 추적극이라는 연장선에서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갑동이'(극본 권음미, 연출 조수원)도 '신의 선물'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 잡지 못한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추적하면서, 또 모방범으로 추적되는 인물까지 찾아내야하는 만큼 짜임새 있는 전개가 필요하다.
'갑동이'는 가상의 도시인 일탄에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한 20부작 미스터리 추적극. 20년 전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갑동이를 추적하는 형사 하무염(윤상현 분)을 중심으로 갑동이에 대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양철곤(성동일 분), 오마리아(김민정 분), 그리고 류태오(이준 분) 등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아직 2회분만 방송된 상황에서 섬뜩하게 변신한 배우들의 연기로 일단 합격점을 받은 상태. 하지만 종종 아쉬운 점이 포착되기도 했다. 어둡고 외진 밤길을 혼자 걷던 중 살인범에게 잡히는 설정 등은 기존 스릴러나 수사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이었다.
그럼에도 '갑동이'를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앞으로 살벌하게 펼쳐질 인물들 간의 신경전과 사건 수사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소재가 소재니 만큼 영화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고, 그 만큼의 완성도를 기대하는 것도 사실. '신의 선물'이 여기 저기 펼쳐놓은 그물을 제대로 거둬들이지 못해 후반부로 갈수록 혹평 받은 것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더 촘촘하고 설득력 있는 전개가 필요할 것이다. 또 반전 강박증에 시달리는 것처럼 반전을 지나치게 의식해 개연성이 떨어지는 전개를 하는 것도 피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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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