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삼 사례로 본 두산의 자원 활용법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4.25 06: 42

 시즌 초 두산 베어스 5선발은 이재우였다. 그러나 이재우는 지난 3일 목동 넥센전에서 5이닝 2피안타 5탈삼진 5볼넷 2실점한 뒤 선발로 나오지 못했다. 이후 1경기에 구원 등판했지만 두 타자를 상대해 안타와 볼넷 하나씩을 내준 것이 전부였다.
두산은 당초 선발 등판 일정이 밀린 이재우를 롱 릴리프로 쓰려고 했다. 노경은이 등판하기로 했던 17일 대구 삼성전이 비로 취소된 뒤 송일수 감독은 향후 선발 로테이션에 대한 질문에 “(18일부터 롯데와의 3연전에)크리스 볼스테드, 노경은, 유희관이 나선다”고 답했다. 이재우가 예정되어 있던 경기에 노경은이 대신 들어간 것이다.
이로 인해 송 감독이 생각하는 이재우의 역할은 5선발에서 롱 릴리프로 변경됐다. 송 감독은 “이재우는 홍상삼과 함께 롱 릴리프로 쓸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계획도 바뀌면서 이재우는 퓨처스리그로 내려갔고, 홍상삼은 고심 끝에 빈 5선발로 자리를 옮겼다.

홍상삼이 선발로 나서게 된 것은 기존 선발진의 분발과도 관련이 있다. 일반적으로 롱 릴리프는 선발투수가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부진할 경우에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대구 삼성전부터 두산 선발진은 안정세를 찾았고, 홍상삼이 등판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송 감독이 홍상삼을 선발로 투입하게 된 것은 살아난 선발진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즌 초 셋업맨으로 나온 경기에서 부진해 팀 마운드에서 활용도가 떨어졌던 홍상삼에게는 선발로 다시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일이기도 했다.
선발투수라는 위치는 홍상삼에게 있어 어쩌면 불펜보다 더 어울리는 곳인지도 모른다. 스스로도 “공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고 말할 만큼 제구가 좋은 편은 아닌 홍상삼에게 있어 1이닝의 결과로 말해야 하는 불펜보다는 2~3점을 내주더라도 여러 이닝을 소화하며 만회할 기회가 많은 선발이 편할 수 있다. 실제로 데뷔 초 홍상삼은 선발로 대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증명한 바 있다.
홍상삼을 임시 선발로 활용하며 이재우는 퓨처스리그에서 차분히 선발로 나올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팀의 4일 휴식 일정에 따른 로테이션 변화와 우천 취소 등으로 5선발 이재우가 선발 등판한 것은 1경기가 전부다. 불펜 대기보다 다시 5선발을 차지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선발 준비를 하는 것이 팀 전력을 극대화하는 선택으로 보인다.
비록 찬스에서 나온 타선 침묵과 불펜 붕괴로 인해 패전투수가 됐지만, 홍상삼 선발 카드는 실패하지 않았다.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홍상삼은 5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투구수만 줄였다면 퀄리티 스타트(QS)도 기대할 수 있는 성적이었다.
불펜투수로 시즌을 준비했지만, 홍상삼은 1055일 만에 선발로 오른 마운드에서도 제 몫을 해줬다. 기존 선발투수가 퓨처스리그로 내려갈 경우 새로운 투수를 1군에 올릴 수도 있지만, 두산은 그렇게 하는 대신 불펜에서 활용도가 떨어진 롱 릴리프를 선발로 재탄생시켰다. 홍상삼으로 절반의 성공을 거둔 두산이 앞으로 5선발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도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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