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잃은 LG, 투혼만으론 부족하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4.25 06: 03

선수들은 떠난 감독을 생각하며 모자에 ‘91’을 적었다. 반드시 연패를 끊겠다는 마음가짐이었다. 하지만 물고 물리는 접전 끝에 또 연장 패배와 마주했다. LG의 4월이 점점 더 잔인해지고 있다.
똑같은 패턴이었다. 타선이 응집력을 발휘, 8회초 3점을 뽑아 승기를 가져오는 듯했다. 그런데 또 투수들이 버텨주지 못했다. 물음표 가득한 마운드 운용과 함께 5연패, 시즌 전적 4승 1무 14패로 5할 승률 -10까지 추락했다.
단순히 봉중근의 블론세이브만을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마운드 운용이 매뉴얼대로 시행되고 있느냐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24일 대구 삼성전서 LG는 불펜 총력전을 펼쳤다. 선발투수 에버렛 티포드가 5⅓이닝을 소화했고 신승현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이후 7회부터 이상열 이동현 유원상 봉중근이 차례대로 마운드에 올랐다. 

이상열과 이동현으로 7회말, 혹은 8회말까지 가는 게 베스트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하지만 둘은 아웃카운트 하나 만을 잡은 채 각각 2실점했다. 특히 이동현은 기대했던 모습과 정반대로 심하게 흔들렸다. LG 덕아웃의 계산이 헝클어지는 순간이었다.
이동현은 슬로우 스타터다. 시즌 중반에 페이스가 최고점을 찍는다. 지난 7시즌의 기록만 놓고 봐도 8월에 평균자책점 3.32로 가장 좋았다. 지난해 LG는 이동현의 이러한 특성을 머릿속에 넣고 시즌 초 정현욱의 비중을 높였다. 유원상이 WBC 출장으로 페이스를 시즌 개막에 맞추지 못한 만큼, 이동현과 유원상의 자리를 정현욱이 지키게 했다. 그리고 정현욱은 전반기에만 37경기 36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2.75로 맹활약했다. 정현욱이 여름이 다가오면서 흔들리자 예상대로 페이스가 올라온 이동현이 철벽투를 시작했다.  
올 시즌에는 반대다. 이동현이 시즌 시작부터 셋업맨으로 나서고 있다. 결과가 최악은 아니지만 구위나 제구력이 한창 좋았을 때와는 거리가 있다. 이동현 외에 대안이 없었다고 할지 모른다. 정현욱도 덩달아 안 좋았고 정찬헌은 기복을 보였기 때문이다.
아쉬운 부분은 유원상의 너무 이른 엔트리 말소였다. 연투시엔 구위가 안 좋았지만, 충분히 쉬고 나왔을 때는 경쟁력이 있었다. 실제로 유원상은 22일 콜업 전까지 이틀 이상 쉬고 등판한 2경기서 안타 하나만 맞고 실점하지 않았다. 즉, 유원상의 등판간격을 1일 혹은 2일 텀으로 잡았다면 이동현이 짊어진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유원상은 지난 11일 말소된 후 22일에 콜업됐다. 2군에 있는 동안 4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쳤고, 1군 복귀 후에도 2경기 동안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단순히 컨디션이 안 좋다고 판단해 2군에 내렸다면 성급했다.
봉중근의 등판도 그랬다. 봉중근은 1점 리드한 8회말 1사에 등판했다. 아웃카운트 5개 세이브가 목표점이었다. 그러나 9회말 밀어내기 볼넷으로 팀의 리드를 지키지 못했고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봉중근의 등판은 지난 18일 대전 한화전 이후 처음, 등판 간격은 6일이었다.
2012시즌부터 마무리투수로 나서기 시작한 봉중근은 2일 연투는 문제없으나 오래 쉬고 나오면 안 좋았다. 지난 2년 동안 5일 이상 등판하지 않았다가 마운드에 오른 경기서 피안타율 2할대 이상을 찍었다. 반대로 이틀 연속 등판시 평균자책점 0.00 피안타율 1할5푼6리로 활약했다. 봉중근에게 있어선 등판 간격이 넓은 것보다는 촘촘한 게 편했다. 때문에 지난 시즌 봉중근은 등판 간격이 넓어질 경우, 최대한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물론 밖에서 마운드 운용을 바라보기엔 한계가 있다. 선수들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고, 등판전 불펜피칭 내용도 모른다. 그래도 지난해까지 사용했던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 지에 대해선 커다란 물음표가 붙는다. 투수들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마운드가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리그 최강 불펜진이 한 시즌 만에 평균자책점 6.12, 리그 최하위로 떨어진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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