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의 덕목은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다. 불펜투수들에 비해 충분한 휴식기가 있는 선발투수들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SK 선발진도 과제가 생겼다. 좀 더 '꾸준히' 이닝을 소화하며 불펜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24일 현재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는 SK는 NC와의 3연전에서 1승2패를 기록하며 시즌 첫 연패를 기록했다. 그 중 두 번 패배의 내용이 썩 좋지 않았다. 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선발투수들이 일찍 무너지며 불펜의 부하가 커졌다. 23일 경기에서는 믿었던 에이스 김광현이 불어난 투구수를 이겨내지 못하고 4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다. 24일 경기에서는 여건욱이 역시 4이닝 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불펜에 부하가 걸렸고 이는 결국 경기 막판 추격의 동력을 잃는 원인이 됐다. SK는 23일 경기에서 김광현에 이어 전유수(2이닝, 투구수 39개)와 이재영(3이닝, 49개)이 이어 던지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24일 경기에서도 뒤진 상황에서 선발 여건욱이 내려갔다. 필승조의 체력이 남아 있었지만 남아 있는 이닝이 워낙 많아 과감하게 동원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결국 다시 전유수가 마운드에 올라야 했고 악전고투를 이어갔다.

결국 선발투수들이 5회 이전에 조기 강판됨에 따라 전체적인 불펜의 부하가 커진 셈이다. 가뜩이나 불펜 전력이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닌 SK로서는 이중고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올 시즌 들어 이런 모습이 비교적 자주 연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발투수들이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내려가는 경우가 예상보다 잦다. 전체적인 이닝소화는 다른 팀에 비해 못할 것이 없지만 그 소화이닝에 기복이 심하다는 게 단점이다.
SK 선발투수들은 올 시즌 6회를 마치지 못하고 내려간 경우가 20경기 중 12경기나 됐다. 급격하게 무너지는 경우도 많지 않았지만 불펜이 고달픈 경기는 분명 있었다는 의미다. 선수별로 보면 김광현과 윤희상이 3번, 채병룡과 조조 레이예스가 2번, 로스 울프와 여건욱이 한 번씩이었다. 한 경기 난조는 누구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번 NC와의 3연전처럼 2경기 연속 겹치는 경우는 후유증이 클 수 있다.
충분히 많은 이닝을 끌어줄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기에 주문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김광현은 올해 두 차례나 7이닝을 던졌고 윤희상도 7이닝 소화 경기가 한 차례 있었다. 레이예스는 8이닝 소화 경기도 두 번이나 있었고 울프는 이닝당 투구수가 그렇게 많은 스타일은 아니다. 결국 이닝소화의 기복을 줄이는 것이 관건으로 떠오른 SK 선발진이다. 현재 SK 선발진의 평균자책점과 소화이닝,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분명 리그 상위권이다. 꾸준하게만 유지하는 능력을 갖춘다면 최고 선발진을 두고 다투지 말라는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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