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SK가 부상이라는 귀찮은 녀석과 다시 마주했다. 정도가 심하지는 않지만 이와 맞서 4월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느냐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SK는 24일까지 총 20경기를 치러 12승8패(.600)로 3위를 달리고 있다. 선두 넥센(13승6패)과의 승차는 1.5경기다. 시즌 초반임을 고려해야 하지만 적어도 지난해 출발보다는 훨씬 나은 모습이다. 지난해 SK의 첫 20경기 성적은 9승11패로 5할이 채 안 되는 7위였다.
큰 부상 선수없이 시즌을 시작할 수 있었다는 것이 결정적인 원동력이었다. 지난해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 컨디션 저하로 시즌 초반 시작이 순탄치 못했다. 이만수 SK 감독이 이명기 한동민 여건욱 등 신진급 선수들을 쓸 수밖에 없는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비교하면 올해는 많은 핵심 선수들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을 앞둔 선수들이 많아 동기부여도 드높다.

하지만 부상 악령이 점차 SK 선수단 내부에 침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주장이자 팀 내 핵심 내야수인 박진만이 무릎을 다쳐 최소 3개월 정도는 그라운드에 서지 못할 전망이다. 여기에 기대를 걸고 데려온 두 명의 외국인 선수도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루크 스캇은 주루 플레이 중 손목을 다쳐 최근 2경기 연속 결장했다. 로스 울프는 오른쪽 전완근 미세 염증 때문에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탈했다.
대체 자원들의 분전으로 아직 큰 공백이 드러나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잠재적인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팀 내야에서 가장 경험이 많았던 박진만의 이탈로 김성현의 부담감이 커졌다. 아직 풀타임 소화 경력이 없는 김성현이 슬럼프에 빠질 때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가 마땅치 않아졌다는 의미다. 이미 한 차례 선발 로테이션을 거른 울프는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 하지만 한 번 더 로테이션을 건너뛰는 것은 불가피하다. 스캇은 엉덩이와 손목 등의 잔부상이 심상치 않다. 만 36세의 베테랑이라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결국 4월을 버티는 것이 중요할 전망이다. 박진만의 복귀는 어렵지만 울프가 5월 초에는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스캇도 상태가 회복 중이다. 다음주면 정상 컨디션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시간을 벌어줄 선수가 필요하다. 일단 울프가 빠진 선발진에는 여건욱이 합류했으나 24일 문학 NC전에서 4이닝 5실점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2군에서 컨디션을 회복 중인 백인식의 이름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스캇의 공백은 이재원이 뜨거운 타격감을 보여주며 당장은 빈자리가 크지 않다. 다만 스캇과 이재원을 동시에 활용하는 ‘공격적 라인업 카드’가 당분간은 가동되기 어렵다. 최근 1군에 합류한 김상현 등 장타력이 있는 선수들을 적시적소에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박진만의 공백은 신현철 홍명찬 박계현 등 신진급 선수들의 성장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공익근무를 마치고 돌아올 김연훈도 기대가 모이는 선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