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넥센 히어로즈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불펜 투수 중 한 명이 바로 언더 투수 마정길(35)이다.
마정길은 올 시즌 팀의 19경기 중 10경기에 나와 2승 2홀드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하고 있다. 실점도 대부분 승계주자를 놓고 내려오면 후속 투수들이 실점하는 경우가 많아 스스로는 주자가 홈을 밟게 만든 적이 몇 없는, 그야말로 안정적인 피칭을 보여주고 있다.
마정길은 지난 24일 목동 롯데전에서도 롯데의 추격이 한창이던 5회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2이닝 4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마정길은 이날 2이닝을 끌어주면서 롯데의 타선을 잠재우는 동시에 3이닝 만에 선발이 내려가면서 생긴 마운드 공백을 가장 오래 메워줬다.

이날 경기 후 넥센 투수들은 2이닝이나 던진 마정길에게 승리투수가 갈 줄 알고 "다승 2위"라며 미리 축하를 전하기도 했다. 마정길이 앞서 2번의 구원승으로 2승이나 챙겼기에 3승째를 따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그러나 이날 승리는 마정길에 앞서 던진 조상우에게 돌아갔다. 마정길은 "승수는 숫자일 뿐"이라며 웃어넘겼다.
마정길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제구에 신경썼고 초구 스트라이크를 넣는다고 생각하고 공격적으로 던졌다. 롯데는 지난해부터 강하다는 자신감이 있어 '한 번 막아보자' 생각했다"며 호투의 비결을 전했다. 그는 "올해 영점이 잡히면서 제가 던질 수 있는 공을 제대로 던지니까 마음도 가벼워졌다"고 덧붙였다.
이날 홀드를 따낸 마정길은 10경기를 던지고도 아직 2홀드다. 그만큼 홀드 상황, 홀드가 아닌 상황에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올랐다는 뜻. 그러나 마정길은 "상황은 상관 없다. 게임에 나갈 수 있게 해주시면 감사하다는 마음"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를 두고 염경엽 감독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구위가 가장 좋았던 투수"라고 칭찬했다.
2012년 무릎 인대 부상을 당했던 마정길은 1년을 꼬박 재활에 매달렸다. 그 사이 팀 마운드를 유망주들이 차지하면서 지난해, 그리고 올해도 마정길은 '필승조'라기 보다는 롱 릴리프에 가까운 전력으로 포함됐다. 그러나 그 스스로 안정적인 호투를 보여주면서 이제는 넥센이 필요로 할 때 언제든 올라올 수 있는 '소금' 같은 존재가 됐다. 마정길의 2014년은 자신감으로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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