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다저스타디움(LA 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25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을 앞두고 LA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과 보도진 사이에 ‘토론’이 벌어졌다. 주제는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외야수 맷 켐프였다.
지난 해 부상, 수술 등으로 3명을 채우기 급급했던 다저스 외야는 이제 자원이 넘쳐난다. 칼 크로포드, 맷 켐프, 앙드레 이디어, 야시엘 푸이그 외에 스캇 밴 슬라이크까지 번갈아 선발 라인업에 오르고 있다.
보통은 상대 선발 투수가 우완이면 칼 크로포드 - 앙드레 이디어 - 야시엘 푸이그가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를 맡는다. 이날도 상대 선발이 우완 카일 켄드릭이었고 다저스는 이들 셋을 선발출전 선수 명단에 넣었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현지 보도진의 질문이 이어졌다. 맷 켐프로 시작해서 매팅리 감독이 상대에 따라 번갈아 선발 라인업을 바꾸는 것 전반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형식은 질문-답변이었지만 내용은 토론을 방불케 했다.
올 시즌 다저스가 늘 사용하던 선수 기용을 둘러싼 이야기가 길어진 것은 전날인 24일 켐프가 모처럼 좋은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켐프는 이날 2회 첫 타석에서 2루타를 날려 선취 득점의 주인공이 됐고 두 번째 타석인 4회에도 2루타를 날렸다. 올 시즌 4번째 이자 지난 20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이어 4경기 만에 나온 멀티히트 경기였다. 2개 이상의 장타를 기록한 것은 7일 샌프란시스코 전이 마지막이었다.
켐프는 25일 현재 55타수 12안타로 2할대 초반 타율(.218) 출루율(.306), 장타율(.473)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발목 수술에서 복귀한 첫 시즌 성적이지만 초라한 편이다.
이를테면 질문자들의 논리는 작년에도 73경기 밖에 뛰지 못한 켐프가 성적을 내려면 출장기회를 꾸준하게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 어제같이 모처럼 좋은 모습을 보였을 때 계속 경기에 나서지 타격감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상대전적이었다. 켐프는 켄드릭을 상대로 통산 15타수 6안타(.400)를 기록했다. 이날 선발인 이디어의 22타수 6안타(.273)나 크로포드의 3타수 1안타(.333) 보다 검증가능하고 나은 성적을 갖고 있다.
이 정도면 야구 전문가가 아니라도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주장이고 대부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매팅리 감독의 입장은 달랐다. 우선 매 경기마다 주전급 선수들을 어쩔 수 없이 쉬게해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토로했다. 하지만 현재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플래툰 시스템이 최선이라는 자신감을 잃지는 않았다.
매팅리 감독은 “지금 시점에서는 모두를 섞고 있다. 이것은 모두에게 짜증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켐프 역시 약간 실망했을 것이다. 어제 경기에서 스윙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상대 선발이 좌완, 우완이냐 하는 것에 따라 선발 라인업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공격과 수비 모든 면을 고려한다. 나는 모두에게 공평하고 균형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며 자신의 선수기용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심지어 “마지막에 당신이 필요한 선수는 누구냐?”(결국은 켐프 아니냐)는 질문까지 나왔지만 매팅리 감독은 “나는 모든 선수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매팅리 감독은 주전급 선수들이 넘쳐 교대로 뛰게 하는 것이 자원이 많지 않아 주전을 고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보다 더 힘든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확실히 이런 상황은 문제다. 하지만 그것은 좋은 것이다.”
현재 매팅리 감독이 사용하는 플래툰은 이날처럼 언제든 ‘타당한 반론’에 부딪힐 수 있다. 결과가 좋지 않을 때 비난 또한 더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매팅리 감독은 당분간은 플래툰 시스템을 고수할 것 같다.
모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프로야구 감독의 고민과 자신의 뜻대로 팀을 운영하면 결과도 좋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였던 경기 전 인터뷰였다. 이날 인터뷰는 20여분이 지나서 끝났다. 평소 보다 배는 더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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