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 때문에 투수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한화 내야수 송광민(30)에게 개막 첫 8경기는 정말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주전 유격수로 낙점돼 시즌을 시작한 송광민은 그러나 8경기에서 8개의 실책을 남발했다. 송구가 안 되자 포구마저 흔들렸다. 강석천 수비코치는 "심리적으로 너무 위축돼 할 수 있는 것도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른바 '멘탈 붕괴'가 온 것이다.
그러자 김응룡 감독은 송광민을 선발에서 제외했지만 1군 엔트리에서는 빼지 않았다. 경기 후반 대타로 쓰며 그를 1군에 대동했고, 16일 광주 KIA전부터 다시 선발 유격수로 썼다. 김회성이 허리 통증에 시달린 20일 대전 LG전부터는 3루수로 기용되고 있다. 벤치의 믿음 속에 송광민도 서서히 존재의 이유를 증명하고 나섰다.

송광민은 선발 복귀 후 7경기 연속 안타를 터뜨리고 있다. 이 기간 동안 24타수 10안타 타율 4할1푼7리 1홈런 7타점 불방망이. 볼넷 4개를 골라내는 동안 삼진은 3개밖에 없었다. 영양가 만점 타격으로 6~7번 하위타선에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4일 대전 두산전에서 결승 투런 홈런 포함 3안타 4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송광민은 "이제 심리적으로 많이 좋아졌다. 시즌 초반 실책으로 인해 힘들었다. 내야수라면 어느 누구나 실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내가 실책만 하면 실점으로 연결되더라. 내 실책 때문에 투수들의 힘이 빠지는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고 힘든 시간을 돌아봤다.
하지만 그럴수록 용기와 격려를 북돋아준 것도 함께 하는 동료들이었다. 송광민은 "여러 동료들이 괜찮다고 먼저 격려해줘서 힘을 낼 수 있었다. 수비코치님께서도 심리적인 부분에서 많이 신경써 주셨다. 아직 수비가 완벽하지 않지만 자신감을 갖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최근 8경기에서는 실책이 1개 . 점차 안정감을 찾아가는 중이다.
수비가 안정되자 타격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그는 "시즌 초반 방망이가 잘 안 맞을 때 볼넷이라도 얻어서 출루하려 노력했다. 최근에는 배트 중심에 타구가 맞아나가고 있다. 타석에서 집중력도 좋아지고 있다"며 밀어치는 타구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초반에 스윙이 커졌고, 왼쪽 어깨가 빨리 열렸다. 어깨를 닫고 손목 회전을 강하게 활용하니 밀어치는 타구도 힘있게 나가는 것 같다"고 기술적인 변화를 설명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준비성이다. 그는 "초반 실책 이후로 계속 남들보다 일찍 나와서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대전 홈경기 때마다 가장 먼저 경기장에 나와 강석천 코치와 수비훈련을 꾸준하게 하고 있다. 강 코치는 "시즌 중 단기간 고치기란 쉽지 않지만, 본인이 의지를 갖고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멘탈 붕괴를 딛고 스스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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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