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가족 예능부터 방송 정상화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25일 MBC에 따르면 이날 오후 '사남일녀'와 '나혼자 산다'의 정상 방송을 시작으로 26일과 27일 주말 예능 프로그들 중 '세바퀴'가 평소대로 전파를 탄다. 그러나 '우리 결혼했어요'와 '무한도전'은 결방이 확정이고 '일밤-아빠 어디가/진짜 사나이'도 결방되며 '음악중심'과 '코미디의 길' 등도 결방된다.
다소 특이한 건 '아빠 어디가' 자리에 지난 방송분들로 편집한 스페셜 방송분을 편성했다는 점. 말하자면 '아빠 어디가'의 하이라이트 재방송이다.

당초 MBC는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이번 주말까지는 예능 프로그램의 결방을 유력시했다. 이는 KBS와 SBS도 마찬가지. 드라마는 이미 평일부터 대부분 정상 방송되고 있지만 예능의 경우 결방되고 특보나 대체물로 꾸려지던 중이다. 이에 따라 다가오는 주말에도 애도 분위기에 따라 예능 방송 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지만 이날 오후 긴급 편성 변경을 통해 일부 '가족 예능'의 정상 방송을 발표한 것이다.
대체 '가족 예능'이란 기준이 뭘까. MBC는 이와 같은 편성 결정에 대해 "가족 예능이기 때문"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무한도전'과 '일밤-진짜 사나이'의 경우 가족 예능이 아니기 때문에 정상 방송이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나혼자 산다'는 가족 예능인가. 또 '일밤-아빠 어디가'의 경우 본방은 죽이면서 스페셜(재방송)을 내보내는 것은 과연 어떤 차이일까. '아빠 어디가'야말로 가족 예능이 아닌가. 덧붙여 '세바퀴'의 평소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여러 게스트들이 나와 왁자지껄 입담을 풀어놓고 게임을 하고 폭소하는 내용이 과연 이 시국에 무리가 없을지도 우려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열흘 째다. 여전히 차가운 물속에 잠긴 어린 학생들의 사연이 국민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든다. 누구보다 유가족들의 고통과 수색 작업에 한창인 인력들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능이 예능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시점이 과연 지금이 맞는 건지 신중한 고민이 더 필요한 때다. 가족 예능이란 '모호한' 명분은 과연 희대의 참사로 어지러워진 나라를 웃기고 달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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