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걸 나진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게 아니었다. 나진 실드의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불리츠의 총알은 실드의 방패에 상처는 냈지만 부수는데는 실패했다. 결국 나진 실드의 방패는 매서운 불리츠의 총알을 막아내면서 롤챔스 마지막 8강전의 주인공이 됐다. 나진 실드가 KT 불리츠의 3시즌 연속 '롤챔스' 4강행을 저지하면서 2시즌 연속 4강 무대를 밟게 됐다.
나진 실드는 25일 서울 용산 온게임넷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열린 '핫식스 LOL 챔피언스(이하 롤챔스)' KT 불리츠와 8강전서 1, 2세트를 연달아 내주면서 패색이 짙었지만 믿을 수 없는 뒷심을 발휘하면서 스윕에 성공, '패패승승승'이라는 기막힌 역전 드라마를 완성시키면서 '롤챔스' 4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지난 '롤챔스' 윈터 2013시즌 첫 4강 진출 이후 2시즌 연속 4강 진출의 쾌거였다.
반면 3시즌 연속 '롤챔스' 4강행을 꿈꿨던 KT 불리츠는 '인섹' 최인석이 자신의 가진 실력을 모두 발휘하면서 4강행을 눈 앞에 뒀지만 실드의 끈끈한 조직력에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단단함을 상징하는 나진 실드와 예측불허의 공격성으로 상대방의 심장을 날카롭게 꿰뚫었던 KT 불리츠의 '롤챔스' 8강전은 명승부 중의 명승부였다. 예상과 달리 KT 불리츠가 분위기를 주도했고, 나진 실드는 방패의 단단함을 보여주면서 명승부를 완성시켰다. KT 불리츠의 시작은 '인섹' 최인석이었다. 상단 공격수에서 정글러 복귀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최인석은 1세트 부터 자신의 상징이었던 '리신' 대신 '판테온'으로 전장을 지배했다.

최인석이 활발한 라인습격으로 각 라인을 풀어주자 단짝인 '류' 류상욱도 적극적인 로밍으로 화답하면서 1세트 KT 불리츠가 나진 실드를 손쉽게 제압했다. 끌려가던 나진 실드는 1세트 초반 한 타싸움에서 패배한 이후 시종일관 끌려다녔고, KT 불리츠가 1세트를 17-6으로 마무리 하면서 선제점을 뽑아냈다.
탄력이 붙은 KT 불리츠의 총알은 2세트에서도 실패의 방패를 시원하게 관통했다. 1세트서 판테온으로 전장을 지배했던 최인석은 2세트서는 '잭스'로 다시 한 번 실드를 힘으로 찍어눌렀다. 빼어난 철거 능력과 맷집으로 상단 챔피언으로 각광받던 잭스는 최인석에 의해 괜찮은 정글러로 재탄생하게 된 셈.
실드가 36분 경 내셔남작의 바론 버프를 가져오는데 성공하면서 역전을 노렸지만 차이가 벌어질대로 벌어진 상황서 역전 드라마는 나오지 않았다. 잭스가 돌격대장으로 한 타를 열고 류상욱의 트페가 현란하게 던지는 카드에 실드의 챔피언들이 맥없이 쓰러지면서 점수는 2-0으로 벌어졌다.
벼랑 끝으로 몰린 나진 실드가 '꿍' 유병준의 니달리와 '세이브' 백영진의 '쉬바나'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면서 3세트를 만회했다. 치열한 난타전 속에서 니달리의 창으로 불리츠의 공세 흐름을 끊었고, 백영진은 장기인 스플릿 운영의 묘미를 십분 살리면서 한 점을 추격하는데 성공했다.

나진의 반격은 4세트에서도 계속됐다. 3세트를 만회한 실드가 이번에는 '와치' 조재걸의 멋진 카운터로 기막힌 드라마를 이어갔다. KT 불리츠는 1, 2세트 승리의 주역이었던 '인섹' 최인석이 다시 한 번 판테온 카드를 꺼내들면서 중후반까지 유리하게 끌고 가면서 손에 땀을 쥐는 명승부를 만들었다. 최인석은 고비 마다 판테온의 글로벌 궁극기 '대강하'로 실드의 챔피언을 사냥하면서 시소게임에서 미묘한 우위를 점하게 했다.
일진일퇴의 공방전이 거듭되던 27분 KT 불리츠가 약간 앞서가던 16-12에서 KT 불리츠가 던진 승부수가 실드의 방패에 제대로 한 방을 먹였지만 실드의 뒷심이 발휘되면서 믿을 수 없는 역전승이 만들어졌다. 12-18로 끌려가던 나진 실드는 바론 버프도 내준 상황에서 야금야금 추격을 시작, 23-23으로 균형을 맞췄다. 이 순간에 '와치' 조재걸의 이블린과 '꿍' 유병준의 트페가 KT 불리츠의 후미를 급습하면서 대반격에 성공, 승부를 극적으로 2-2 원점으로 돌렸다.
내리 3, 4세트를 만회하면서 주도권을 되찾은 나진 실드에게 남은 시나리오는 역전승 뿐이었다. 블라인드세트로 진행한 5세트서 KT 불리츠 역시 최강의 챔피언 선택으로 총력전을 나섰지만 뒷심이 살아난 나진 실드가 조금 더 강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었던 7-7에서 나진 실드는 자신의 중단 2차 타워에서 멋진 받아치기로 10-7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앞서 7-4의 유리함을 지키지 못했던 나진 실드는 조심스럽게 굳히기에 들어갔다. 실드는 무리한 정면 승부를 피하면서 KT 불리츠를 급하게 만들었다.
다급해진 KT 불리츠의 챔피언을 낚시 하듯이 솎아낸 실드는 14-7로 차이를 벌리면서 마지막 한 방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몰아치기에 들어간 실드는 18-7로 경기를 매조지하면서 4강행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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