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녹취] 이병규가 직접 말하는 김기태 감독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4.26 07: 22

LG 선수단 전체가 그렇지만, 특히 LG 베테랑 선수들은 최근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한다. 김기태 감독이 지난 23일 자진 사퇴한 가운데 인터넷에선 ‘김기태 감독이 고참 선수들과의 갈등이 있었다’는 불화설이 퍼졌기 때문이다.
LG 모든 선수들의 소원은 ‘김기태 감독과 오랫동안 함께 뛰는 것’이었다. 지난해까지 주장을 맡았던 이병규(9번)도 마찬가지다.
이병규는 2013년 2월 15일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당시 “사실 선수였다가 감독이 되면 변하시는 분들이 많다. 물론 감독이라는 자리가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러나 김기태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마음으로 다가오신다. 실제로 우리 선수들도 많이 놀랐다”면서 “이런 게 선수 입장에서는 굉장히 크게 다가온다. 감독님만을 위해 야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성적을 내면 감독님과 오래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병규 만이 아니었다. LG 선수단 모두에게 김기태 감독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2012년 11월 LG와 FA 재계약을 택한 정성훈과 이진영은 “돈이 첫 번째라면 재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존경하는 감독님과 함께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둘은 마치 입을 맞춘 것처럼 “김기태 감독님을 앞으로도 모셔야한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고 LG에 잔류하게 된 원인이 겨우 1년을 함께한 김기태 감독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을 향한 마음은 팀의 주축이 아니거나, 김 감독과 인연이 깊지 않은 신예 선수들도 비슷했다. 2009년부터 2년 동안 현역 군복무에 임한 김용의는 2011년 가까스로 다시 야구배트를 잡았다. 이후 2012시즌 주로 대타나 대주자로 그라운드에 섰다. 김용의는 타점을 올리거나 결정적인 도루를 기록할 때면 “감독님이 기회를 주신만큼, 이에 반드시 보답해야한다는 마음으로 그라운드에 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김 감독의 자진 사퇴로 눈물을 참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악성루머가 확산됐고, LG 선수들의 마음에는 더 큰 상처만 남았다. 올 시즌 주장을 맡고 있는 이진영은 지난 24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어떻게 그런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다. 절대 있어서도 안 될 일이고 있지도 않은 일”이라고 강력 부인했다.
덧붙여 이진영은 “감독님이 어떤 분인데 그럴 수 있겠나. 인터넷 글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 그런 글에 오르내리는 선수 입장도 생각해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리고 이날 LG 선수들 다수는 모자와 헬멧에 김기태 감독의 등번호 ‘91’번을 새기고 경기에 임했다.
박용택 또한 분을 참지 못했다. 박용택은 25일 잠실 KIA전에 앞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우리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의심조차 할 수 없는 이야기다”며 “어처구니가 없다. 출처가 분명하지도 않은 이야기가 이렇게 돈다는 게 참 웃긴다.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조사해서 법적인 대응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격양된 어조로 이야기했다. 
이에 OSEN은 2013년 2월 15일 이병규와 인터뷰하며 녹음했던 내용을 그대로 올리기로 했다. 이병규는 지난 23일 김기태 감독이 그라운드에 보이지 않자, 구단 직원들에게 부탁해 김 감독의 사퇴를 막아달라고 가장 먼저 나섰다.
 
사람의 진짜 가치는 자리를 떠났을 때 나온다는 말이 있다. 김기태 감독에 대한 믿음과 애정은 LG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까지 모두 같았다. 그 누구도 김기태 감독에게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취재진에게도 김기태 감독은 항상 신사 그 자체였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인터뷰를 피하지 않았고, 다른 이를 탓하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김기태 감독을 그리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녹취가 ‘악성 루머’를 근절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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