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승 1위' 박정배 "내 승리는 아무런 의미없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4.04.26 06: 01

1997년 9월 18일 전주구장. 쌍방울 레이더스 김현욱은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1-2로 뒤진 7회 마운드에 올라 3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타선에서는 8회 공의식이 동점 홈런을, 9회 만루에서 김실이 끝내기 안타를 기록하며 김현욱에게 승리투수를 안겨줬다.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인 구원투수 20승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후 여러 명의 불펜투수들이 때때로 10승을 넘게 기록하기도 했지만 김현욱의 아성을 넘진 못했다. 김현욱의 20승 등정은 선수 본인의 월등한 기량에 김성근 감독의 적절한 용인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간계투가 다승왕을 차지하는 건 투수 분업화가 자리잡은 최근 야구 흐름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여기 비록 시즌 초반이지만 4월 한 달동안 5승을 거둔 중간계투가 있다. 바로 Sk 와이번스 불펜투수 박정배(32)가 주인공이다.

박정배는 25일 현재 14경기에 등판, 14⅓이닝을 소화하며 5승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 중이다. 25일 사직 롯데전에서도 박정배는 7회 2사 1루에서 등판, 1⅓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그리고 SK는 9회초 김강민과 조동화의 적시타로 경기를 7-6으로 뒤집고 박정배에게 승리투수를 안겼다.
올해 SK가 거둔 13승 가운데 박정배가 거둔 승리만 벌써 5승이다. 시즌 초 접전이 많았던 팀 사정을 감안하면 박정배의 승리 페이스가 지금과 같이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박정배의 승리가 행운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박정배가 승리를 따낸 5경기에서 그가 소화한 이닝은 5⅓이닝이다. 해당 경기에서 그가 상대한 18명의 타자 가운데 출루를 허용한 것은 단 2명에 불과하다. 그것도 2명 모두 볼넷이었고 안타는 단 1개도 맞지 않았다. 블론세이브를 저지르고 쑥스러운 승리를 챙긴 게 아니라, 자기 역할을 100% 수행하고 얻은 정당한 결과물이다.
물론 중간계투에게 승수가 중요한 건 아니다. 홀드가 그 만큼이나 중요한데 박정배는 현재 4홀드로 이 부문도 3위에 랭크되어 있다. SK 불펜에서 박정배는 핵심적인 선수다.
박정배의 프로 통산 승리는 11승, 그것도 작년 5승이 최다였다. 올해는 벌써 4월 한 달동안 5승이나 따냈다. 그렇지만 박정배는 "한 마디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니라 선수들의 공"이라고 겸손하게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어 박정배는 "현재 팀 분위기가 좋다"면서 "나의 승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간투수니 실점만 안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임을 내비쳤다.
팀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박정배와 같은 선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때는 갈 곳을 잃기도 했던 박정배는 이제 SK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선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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