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봉중근, “감독님은 우리에게 ‘용기’를 주셨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4.04.26 06: 00

LG 선수들 마음에는 오랫동안 ‘김기태 감독님’이란 글자가 자리하고 있을 것 같다.
LG 마무리투수 봉중근 역시 25일 잠실 KIA전이 끝나고 김기태 감독에 대한 진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이날 봉중근은 3-2로 리드했던 9회초 1사 1루에 마운드에 올랐고 접전 끝에 승리를 지켜냈다. 지난 18일 이후 일주일 만에 세이브를 기록했고, LG 또한 5연패에서 탈출했다.
“사실 전날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었다. 선수들 모두 ‘슬프고 속상하지만, 당연히 야구만 생각하기도 힘들겠지만, 어떻게든 경기에 집중하자’고 이야기했다. 나 때문에 패하긴 했으나 전날 경기의 분위기가 오늘까지 이어졌고, 그래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전날 43개의 공을 던졌음에도 연투를 감행한 것을 두고는 ‘당연한 일’이라고 답했다. 당장 연패를 끊기 위해선 선수들 모두가 힘을 합해야했고, 자신도 절대 빠질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당연히 나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힘들다고 표현할 수 없었다. 경기 마지막 순간에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마치 끝내기 안타를 기다리듯 대기했다. 작년 광주(2013년 6월 2일 문선재가 포수마스크를 쓴 경기)서도 그랬었다. 그만큼 올해는 예상보다 중요한 순간이 빨리 왔는데 어제 내가 못해 너무 미안했었다. 사실 조계현 수석코치님은 쉬라고 하셨다. 그런데 지금 팀에 1명이라도 빠지면 안 됐다.”
이후 자연스레 김 감독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25일 새벽 자신의 SNS에 올린 김기태 감독의 사진과 ‘보고싶습니다...감독님...’이란 문구를 적은 것에 대해 말했다. 
“갑자기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우리 선수들의 SNS를 통해 안 좋은 일도 있었는데, 그냥 나도 모르게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핸드폰으로 감독님 사진을 찾아서 올리게 됐다. 그동안 적지 않은 감독님을 모셔왔다. 애틀랜타에 있을 때는 메이저리그 최고 명장 중 한 분인 바비 콕스 감독님도 계셨었다. 그런데 나는 콕스 감독님보다 김기태 감독님과 함께 있을 때가 더 좋았다. 솔직히 지금까지 감독님과 단 둘이 식사를 한 적도 없다. 그럼에도 항상 선수들을 위해주셨다. 마치 아버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20년 넘게 야구하면서 ‘감독님을 위해서 야구 잘하자’는 느낌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어 봉중근은 김 감독이 복귀하는 것에 대한 희망도 조금은 갖고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에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적어도 김 감독이 팀 전체에 퍼뜨린 ‘용기’는 선수들 모두가 간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연히 감독님이 돌아오셨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다. 하지만 감독님 성격상 힘들 것이다. 그래도 감독님이 어디서든 야구를 보시는 걸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가 뛰는 모습을 지켜보실 것이다. 감독님은 사퇴하면서 ‘내가 팀에 떠나는 게 LG가 반등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는 말은 남기셨다. 나를 비롯해 우리 선수들이 잘해서 감독님의 판단이 맞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 무엇보다 우리는 감독님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 지난해 승리하기 시작했고, 우리도 강팀을 꺾고 강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선수들이 감독님이 없는데도 손가락 세리머니를 하는 것은 이게 곧 LG의 상징이자 용기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봉중근은 팀이 반등하기 위한 조건도 밝혔다. 일단 마운드가 지난해의 모습을 되찾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덧붙여 불펜진에 지난해 주축 멤버들 대부분이 모인만큼, 선발진도 살아나 두터운 투수진을 형성하는 것을 바라봤다. 최소 실점으로 승리를 쌓아 김기태 감독에게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타자들은 올 시즌 내내 잘 해주고 있다. 마운드가 문제다. 그래도 불펜진에 지난해 멤버가 하나둘씩 돌아오고 있다. 오늘 (정)현욱이형과 (임)정우가 합류했다. 불펜은 빠르게 자리 잡을 것이라 믿는다. 관건은 선발진인 것 같다. (류)제국이와 (우)규민이가 지난해처럼 해줘야한다. 둘이 작년처럼 6, 7이닝도 먹어주고 하면 자연스레 팀이 이기는 경기도 많아진다. 오늘 역시 제국이가 해주지 않았나. 내일은 규민이가 잘 던질 것이다. 이렇게 하나씩 되면 분위기를 타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이기면 분명 감독님도 좋아하실 것이다. 우리가 잘못해서 감독님이 떠나셨다. 이제부터라도 잘하는 것만이 감독님에게 보답하는 일이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