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감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게 바로 투수 교체 타이밍이다. 너무 빨리 내려도 걱정이고, 계속 맡겨도 불안하다. 투수 교체는 야구 감독들에게 영원한 숙제다. 하물며 타자를 상대하던 중 투수를 교체하는 것은 과감한 결단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 투수 교체는 이닝이 시작될 때나 새로운 타자가 나올 때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KIA 선동렬 감독은 25일 잠실 LG전에서 삼성 시절 전매특허였던 투수 교체를 했다. 타자를 상대 중이던 투수를 바꾸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2-2로 맞선 8회말 2사 1·2루에서 KIA 투수 김태영은 대타 이병규(9번)를 상대로 1B2S 유리한 볼카운트를 가져갔다. 그런데 그때 KIA 덕아웃에서는 김정수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가 투수 교체를 알렸다
선동렬 감독의 선택은 송은범이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구원등판한 송은범은 자신의 초구이자 이병규의 4구째 공이 볼이 된 뒤 다음 공에서 그만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2사 만루 상황에서 송은범이 후속 이진영에게도 초구에 볼을 던지자 선동렬 감독은 다시 투수를 송은범에서 박경태로 교체했다. 박경태는 이진영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밀어내기 볼넷으로 결승점을 허용했다.

이날 결과만 놓고 보면 타자 상대 중 투수 교체는 무리수가 되고 말았다. 김태영이 이병규 상대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가져갔기 때문이다. 올해 송은범이 20이닝 동안 볼넷 14개와 사구 3개로 제구가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석적보다는 파격에 가까웠다. 이어 초구 볼을 던진 상황에서 기용된 박경태에게도 만루 상황은 부담스러웠다.
선동렬 감독은 삼성 시절 이와 같은 투수 교체를 자주했는데 결과가 좋은 편이었다. 대부분 투스트라이크로 볼카운트가 투수가 유리할 때 투수를 교체했다. 선수 시절 경험에서 비롯된 작전이었다. 선 감독이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 마무리로 활약하던 시절 호시노 센이치 감독이 이러한 투수 교체를 즐겼다.
선 감독은 "호시노 감독이 투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날 자주 마운드에 올려보냈다. 볼카운트가 투스트라이크로 투수가 편하고, 타자는 새로운 투수를 상대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새로 올라오는 투수는 확실한 공 하나면 던지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불펜이 강한 삼성 때와 달리 KIA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한화 김응룡 감독도 지난 23일 대전 두산전에서 선발 송창현을 타자 상대 중에 강판시켰다. 2-3으로 뒤진 4회 송창현이 선두타자 양의지를 볼넷으로 출루시키자 정민철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와 그를 진정시켰다. 그러나 송창현은 후속 고영민에게도 1~2구 모두 볼을 던졌고, 다시 정 코치가 올라와 강판했다. 다음 투수 윤규진은 고영민을 결국 볼넷으로 내보낸 뒤로 2사 만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가까스로 실점없이 막아냈다.
김응룡 감독은 "교체 타이밍이 늦었다. 첫 타자한테 볼넷을 줬을 때 바꿨어야 했는데 조금 더 두려다가 타자 상대 중에 교체하게 됐다. 송창현의 제구와 구위가 안 좋았다"고 설명했다. 선동렬 감독처럼 의도된 타석 중 투수 교체라기보다 경기 상황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던 것이다. 정석과는 거리가 먼 타자 상대 중 투수 교체, 결과가 어떻게 되든 파격적언 선택의 공과는 감독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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