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투수가 대수비로 나선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에이스 앤드루 캐시너(28)가 외야 수비를 나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캐시너는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워싱턴 내셔널스와 원정경기에서 연장 11회말 좌익수로 대수비로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에이스 투수가 대수비로 나온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사연은 이렇다. 샌디에이고와 워싱턴은 3-3 동점 상황에서 연장 11회말을 맞이했다. 샌디에이고 좌익수 세스 스미스가 오른쪽 종아리 부상으로 빠졌는데 캐시너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된 것이다. 외야수용 글러브를 끼고 좌측 외야에 위치한 캐시너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캐시너가 좌익수로 나선 건 더블 스위치 때문이었다. 샌디에이고 버드 블랙 감독은 우완 팀 스타우퍼가 우타자 제이슨 워스를 투수 직선타 처리하자 좌타자 애덤 라로시에 맞춰 좌완 알렉스 토레스로 투수를 교체했다. 이때 토미 메디카가 좌익수로 대수비 기용되며 더블 스위치됐다. 캐시너도 짧지만 인상적인 좌익수 체험을 마쳤다.
블랙 감독의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토레스가 라로시를 삼진 처리하며 11회를 실점 없이 막았고, 12회 공격에서 메디카가 1사 1루에서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사비에르 네이디의 결승타가 터지며 연장 12회 접전 끝에 4-3으로 이겼다.
메이저리그 데뷔 후 처음으로 야수로서 수비를 본 캐시너는 "난 빅리그에서 수비 포지션에서 뛰어보고 싶었다. 그 꿈을 이뤘다"며 기뻐했다. 블랙 감독도 "캐시너가 흥분한 것 같았다. 그곳에 있는 게 잘 어울려 보였다"고 웃었다.
지난 2010년 시카고 컵스에서 빅리그 데뷔한 우완 강속구 투수 캐시너는 통산 129경기에서 17승21패 평균자책점 3.40 기록 중이다. 2012년 샌디에이고로 이적한 그는 지난해부터 선발로 뛰고 있다. 지난해 10승9패 평균자책점 3.09로 가능성을 보였다.
올해는 5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2.10 탈삼진 31개로 에이스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외야수로 출전한 것은 메이저리그 데뷔 5년 만에 처음이었으며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한 번도 없었다. 경기 후반 더블 스위치가 보편화돼 있는 내셔널리그이기에 가능한 '좌익수 캐시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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