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한다고 '뷰민라' 취소? "애도 강요" vs "시민 반대"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4.04.26 10: 46

[OSEN=이혜린, 선미경 기자] 음악을 통한 애도는 불가능한 것인가?
26~27일, 5월 3~4일에 걸쳐 고양 아람누리에서 진행 예정이었던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이하 뷰민라)가 지난 25일 급작스러운 공연 취소를 밝히면서 고양문화재단의 일방적인 통보로 인한 결정이었음을 강조하고 나서, 국가적인 추모 분위기와 공연의 개최 여부를 놓고 논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가요계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난 16일 이후 모든 컴백을 중단하고 공연, 행사 등의 스케줄을 자진 취소해왔으나, 일각에서는 다른 문화 예술과의 형평성 논란도 없진 않았던 상태. 인디 뮤지션을 주축으로 하던 뷰민라가 이같은 가요계 '전면 중단'과 관련해 제일 먼저 '반기'를 들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 음악은 유흥이다?
뷰민라 측은 고양문화재단이 보낸 공문까지 공개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뷰민라 측은 "자세한 입장 표명과 상황, 후속 조치는 조속한 시일 내에 민트페이퍼 홈페이지와 관련 기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강경대응을 시사하고 있는 상태.
뷰민라 측의 입장은 민트페이퍼 이종현 프로듀서가 앞서 올린 장문의 글에서도 잘 드러난다. 음악은 유흥이기도 하지만, 위로의 기능을 하며, 다른 공연업계는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요 공연만 철퇴를 맞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 22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지금껏 진행해온 공연들은 어떤 큰 사안을 맞이했을 때 취소와 연기를 절대 떠올리지 않았다. 음악과 공연이라는 것의 본질이 기쁘고 즐겁고 흥을 돋우는 유희적인 기능도 크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누군가를 위로하고 정화하며 희망을 줄 수 있으며 그렇기에 그 어떤 문화보다도 가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누군가(관객)에게는 무수한 시간 동안 기다려온 바람이고, 또 누군가(아티스트, 시스템팀, 스태프)에게는 준비의 과정들이 생업임과 동시에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이며, 적어도 제 스스로가 내건 약속과 원칙을 끝까지 이행하는 것 역시 맞다고 생각해왔다. 엄청난 폭우에도, 천안함 침몰에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도, 신종플루에도 예정된 일들은 모두 진행됐고, 물론 과정은 떠올리기도 싫을 만큼 힘들었으나, 그 안에서 또 그 결과에 잠시나마 즐거웠고 위로를 받았으며 그 기운으로 지금까지 함께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콘서트를 제외하고는 오늘까지 뮤지컬, 연극, 클래식 섹션에서 단 한 건도 취소나 연기된 공연은 없었다. 과연 뮤지컬, 연극, 클래식 등의 공연물과 콘서트나 대중 음악은 과연 애도의 깊이가 다른 걸까?"라고 반문했다.
그동안 많은 가수들이 공연을 연기하고 애도를 표해왔으나, 이번에는 '자발적'인 게 아닌 것으로 알려진만큼 음악업계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국가적인 상황이 있을 때 유독 가요업계가 '생업'이 중단되는 사태는 안타까움을 사고 있기도 하다.
사건 초반 자발적 애도 분위기를 넘어서서, 이제는 추모를 강요하면서 '남의 생업'을 중단시키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공연 관계자들은 각자 SNS를 통해, 차분한 공연으로 오히려 뜻깊은 애도의 시간을 가졌던 해외 사례를 다수 소개하면서, 큰 일 앞에 남의 눈치를 보며 똑같이 '금지'해버리는 불공정한 처분을 비판하고 있다. 술집 유흥은 되고 공연 유흥은 안되냐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 음악은 유흥이다!
음악이 유흥만을 위한 건 아니지만, 유흥이 기본에 깔려있다는 시각도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국가적인 재난 사태에 있어 유독 가요계가 중단되는 것은, 많은 수의 국민이 시름이 빠졌을 때 다른 곳에서 웃고 즐기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반영되기 때문. 실제로 '쇼'를 근간으로 하는 각종 행사 및 컴백 무대 등은 모두 취소된 상태다. 콘서트도 급박한 취소가 불가능한 몇몇 케이스만 열렸다. 차분한 곡들로 세트리스트를 바꾸는 등 최대한 국가적 애도 분위기에 동참했다.
뷰민라 역시 세트리스트를 바꾸는 등 노력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고양문화재단 측이 일방적으로 공연을 취소했다는 입장.
이에 대해 고양문화재단은 단순한 눈치보기 때문이 아니라, 실제 시민들의 반대 의견이 많았음을 강조했다. 고양문화재단은 26일 일방적인 통보를 인정하면서, 바로 지금 이 시점에 페스티벌이 열리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사람들의 민원이 빗발쳤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양문화재단 관계자는 "재단 측에서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한 것은 맞다"면서 "사실 지난 21일부터 계속해서 '뷰민라' 측에 취소나 연기를 요구해왔다. 현재 상황으로 봐서 도저히 공연을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취소나 연기가 안 된다면 실내 공연으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전달했다. 하지만 '뷰민라' 측은 페스티벌 성격상 실내 공연으로 전환할 수 없고, 스케줄 때문에 연기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또 5년 동안 지속해온 공연이고, 기다린 팬들도 있기 때문에 공연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라고 덧붙였다.
또 "'뷰민라' 측과 재단 측의 의견이 계속해서 엇갈린 상황에서 시청과 재단 쪽으로 민원이 왔다. 이미 공연 세팅에 들어갔지만 민원이 넘쳤고, 공공기관이다 보니까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한다는 것은 굉장한 리스크를 감수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공연을 강행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양문화재단 측은 "'뷰민라' 측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공연을 취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재단의 입장이었고, 계속 공문을 보냈지만 '뷰민라' 측이 공문을 받아들인 것이 어제(25일) 오후 7시 17분이었다"라며 "관객들에게 죄송하고 피해도 있지만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시민의 정서 역시 페스티벌이 괜찮다, 아니다로 나뉘고 있지만 재단 입장에서는 보다 더 적극적인 반대 정서에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상황. 반대 의견에 귀기울여야하는 재단과 음악을 통한 치유도 가능하다는 업계 사이에 갈등이 깊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2주째 전면 중단된 가요계로 번질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rinny@osen.co.kr
뷰민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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