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7500만 원을 받던 선수가 2억 1100만 원을 받게 됐다. 하루아침에 연봉이 280% 껑충 뛰었다. 어찌된 영문일까.
행운의 주인공은 하나외환에서 삼성생명으로 이적한 박하나(24)다. 여자프로농구연맹(WKBL)은 25일 오후 자유계약선수(FA) 2차 협상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연봉 2억 1100만 원, 계약기간 3년의 조건으로 박하나를 잡는데 성공했다. 아울러 삼성생명은 원 소속팀 하나외환에 박하나의 지난 시즌 연봉 7500만 원 또는 보상선수 한 명을 추가로 내줘야 한다.
과감한 투자로 FA선수를 영입해 전력을 보강하는 것은 프로농구에서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박하나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연봉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쳤던 선수가 아니라는데 있다. 지난 시즌 박하나는 하나외환의 주전가드로 활약하며 6.14점, 2.03리바운드, 1.0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주무기인 3점슛 성공률은 21.9%로 수준미달이었다. 결정적인 순간 실수를 범해 경기 승패를 그르치는 경우도 많았다. 하나외환이 8승 27패, 승률 22.9%의 성적으로 6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무는데 박하나의 저조한 경기력도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다.

당초 하나외환은 박하나에게 500만 원이 인상된 연봉 8000만 원을 제시했다. 특별한 인상요인이 없었지만 박하나를 잡고 싶다는 성의를 보인 셈이다. 실제로 동료인 김지현은 동결된 연봉 7000만 원에 계약기간 3년의 조건으로 재계약을 맺었다. 박하나의 경기력이 김지현에 비해 월등하다고 할 수도 없었다. 삼성생명을 제외한 다른 구단 역시 특별히 FA 박하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영입해서 팀에 도움이 될 정도의 경기력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더구나 박하나는 1차 협상부터 연봉 2억 1000만 원을 요구하면서 구단선택의 폭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박하나의 연봉은 지난 시즌 하나외환의 에이스 김정은이 받았던 연봉 2억 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김정은은 평균 15.17점을 올려 득점랭킹 3위에 올랐다. 국내선수 중 단연 1위였다. 지난 시즌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박혜진도 12.63점으로 득점랭킹 6위에 올랐다. 또 박혜진의 3점슛 성공률은 34.9%로 리그 4위였다. 박하나는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박혜진에 이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올 시즌 KB스타즈와 연봉 2억 원에 계약한 변연하는 12.86점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소속팀 에이스이자 부동의 국가대표 멤버들이다. 상식적으로 박하나가 연봉 값어치를 제대로 하려면, 이들과 비슷한 활약으로 삼성생명의 에이스로 우뚝 서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먹튀’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박하나는 대박 연봉과 이적으로 마침내 원하는 환경에서 운동하는 꿈을 이루게 됐다. 남은 것은 다음 시즌 연봉에 어울리는 맹활약을 하는 것이다. 매우 열심히 해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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