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툴툴거리고 버럭하지만 대체로 빠르게 곤란한 상황을 헤쳐 나간다. 할배들 앞에만 서면 예의를 장착하고 섬세한 손길로 완벽한 배려도 베푼다. 나영석 PD와는 유치하게 싸우기도 하지만 또 점잖은 맏아들 느낌도 있다. '국민 짐꾼' 이서진에 대한 얘기다.
이서진은 케이블채널 tvN 여행 버라이어티 '꽃보다 할배'를 통해 국민 짐꾼으로 거듭났다. 짐꾼 초반 당황하고 서툴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누구보다 능숙하게 일을 처리해 나간다. 꼼수까지 쓰면서 할배들에게 최상의 여행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 25일 오후 방송된 '꽃보다 할배' 스페인 편 7회에서는 마드리드에서 멤버들 개별로 막바지 여행을 즐기는 모습이 그려졌다. 멤버들은 아름다운 스페인에 빠졌고, 떠날 날을 아쉬워했다. 스페인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은 '참 좋은' 짐꾼으로 거듭난 이서진의 배려 덕분이었다.

이서진은 세비야에서 마드리드로 떠나던 중에도 할배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했다.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서 있어야 했던 이순재를 위해 가방을 잡고 안정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도와줬고, 행여 이순재가 힘들까봐 그의 팔을 잡아주면서 버팀목이 돼줬다. 또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는 박근형의 캐리어까지 직접 들고 오르는 등 할배들 배려했다.
뿐만 아니라 마드리드에서는 사비로 스태프들에게 점심까지 대접했다. 세 번의 여행을 함께 한 스태프들에게 제대로 밥을 살 기회가 없었던 이서진은 제작진이 마드리드 숙소비를 내주자 대신 점심을 사며 친절하고 자상한 모습을 보여줬다.
또 개인 일정을 소화하는 중 이순재를 위해 길안내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서진은 여행 첫날 이순재가 길을 찾느라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을 생각, 프라도 미술관으로 함께 향했다. 발을 맞춰 거리를 걷는 이순재와 이서진은 완벽한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었다. 서로 나눈 대화는 적고, 무뚝뚝했지만 이서진의 배려와 자상함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짐꾼의 임무 중 또 하나는 회계. 지난 여행보다 75만원이나 적어진 용돈을 합리적으로 사용해야 했다. 지난 방송에서는 입장료 등을 가지고 나 PD와 실랑이를 벌일 정도로 여행 경비는 '꽃할배'들과 짐꾼에게 중요한 문제였다.
나 PD의 예상과 달리 이서진은 신의 한수가 있었다. 이서진과 할배들이 사용하는 여행 경비를 모두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제작진의 허점을 이용, 개인적으로 돈을 보탰던 것이다. 이서진은 제작진 앞에서는 적어진 용돈에 투정을 부리고 억울해 했지만 사실은 사비를 보태며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또 무단주차 범칙금을 낼 위기에 처했을 때도 당황하지 않았고, 국제면허는 벌금 딱지를 끊기 매우 복잡하다는 사실을 알렸다. 경영학과 출신다운 꽤 괜찮은 꼼수였다.
몰래카메라로 시작된 첫 번째 여행에서 당황하면서도 할배들에게 최적의 여행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던 이서진. 길 찾기는 물론 통역과 회계까지 완벽하게 해내며 국민 짐꾼으로 거듭난 그가 다음 여행에서는 얼마나 더 발전된 짐꾼의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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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