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민라 2014', 취소만이 답이었나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4.04.26 17: 23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 취소만이 답이었을까?
음악 페스티벌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14'(이하 뷰민라)가 개최 하루 전인 지난 25일 고양문화재단의 일방적인 통보로 공연이 취소됐음을 밝혀 논란이 불거졌다. '뷰민라' 측은 고양문화재단의 일방적인 결정과 통보라고 강조했고, 재단 측은 현재 상황과 민원을 고려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밝히며 논쟁이 시작됐다.
지난 16일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로 가요계뿐 아니라 연예계가 전반적으로 조용히 희생자를 애도하는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컴백을 앞뒀던 가수들은 일제히 신곡 발표를 잠정 연기했고, 각종 콘서트도 무기한 연기 또는 취소됐다. 음악 페스티벌 '그린 플러그드 서울 2014'와 '월드 DJ 페스티벌'도 일정을 연기한 상태에서 '뷰민라'는 공연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뷰민라'는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뮤지션들의 스케줄과 각종 이해관계 등으로 페스티벌을 취소할 수 없다고 결정, "치유와 희망이 필요한 분들 역시 많고 음악을 통해 방법을 찾으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 정말 의미 있을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또 24일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돕기 위한 성금 5000만원을 고양시 사회복지협의회에 전달하며 애도와 위로의 뜻을 표했다. 애도의 뜻으로 이벤트를 축소하고 생중계를 취소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페스티벌을 연기하거나 취소할 수 없었던 '뷰민라' 측에서는 적극적으로 애도를 표하고, 슬픔에 빠진 대한민국을 위로하겠다는 뜻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설명한 것이다.
물론 오랫동안 준비해 온 페스티벌을 취소할 경우 발생할 여러 가지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1년 동안 페스티벌을 기다려 온 관객들과 얽혀 있는 공연 관계자들의 이해관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이에 대해 민트페이퍼 이종현 프로듀서는 지난 22일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게재하며 '뷰민라' 측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누군가(관객)에게는 무수한 시간 동안 기다려온 바람이고, 또 누군가(아티스트, 시스템팀, 스태프)에게는 준비의 과정들이 생업임과 동시에 돈으로도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이며, 적어도 제 스스로가 내건 약속과 원칙을 끝까지 이행하는 것 역시 맞다고 생각해왔다. 엄청난 폭우에도, 천안함 침몰에도,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도, 신종플루에도 예정된 일들은 모두 진행됐고, 물론 과정은 떠올리기도 싫을 만큼 힘들었으나, 그 안에서 또 그 결과에 잠시나마 즐거웠고 위로를 받았으며 그 기운으로 지금까지 함께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다른 콘서트가 줄줄이 취소되고, 음악 페스티벌이 잇따라 연기되며 페스티벌을 개최할 시기가 아니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음악 공연으로 서로 위로를 나눌 수 있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또 사건이 일주일을 넘고 추모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우울한 분위기를 탈피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반응도 나타났다.
공연을 통해 위안을 주려고 했던 뮤지션들 역시 페스티벌 취소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스윗소로우의 성진환은 지난 25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인종차별과 전쟁으로 얼룩진 어두웠던 시절 많은 사람들이 모여 평화를 노래하며 서로를 위로했던 음악 페스티벌의 시작을 기억합니다. 2014년 봄, 이 절망적인 대한민국에서 그래도 우리가 할 일이, 우리가 지켜야 할 자리가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라며 "음악을 업으로 삼은 이후 그 믿음이 오늘처럼 많이 흔들렸던 적이 없네요. 만 하루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어떤 압력에 의해 취소된 '뷰티풀 민트 라이프'. 견딜 수 없이 슬프고 부끄러운 밤입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반면 고양문화재단은 공공기관으로써 현재의 상황과 민원을 무시하고 공연을 강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재단 관계자는 26일 OSEN에 "재단 측에서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한 것은 맞다"면서 "사실 지난 21일부터 계속해서 '뷰민라' 측에 취소나 연기를 요구해왔다. 현재 상황으로 봐서 도저히 공연을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취소나 연기가 안 된다면 실내 공연으로 전환하자는 의견도 전달했다. 하지만 '뷰민라' 측은 페스티벌 성격상 실내 공연으로 전환할 수 없고, 스케줄 때문에 연기도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라며 "뷰민라' 측과 재단 측의 의견이 계속해서 엇갈린 상황에서 시청과 재단 쪽으로 민원이 많았다. 이미 공연 세팅에 들어갔지만 공공기관이다 보니까 민원을 무시할 수 없었고, 이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를 한다는 것은 굉장한 리스크를 감수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공연을 강행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기획사와 고양문화재단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일방적으로 통보를 받게 된 '뷰민라 2014', 진정 취소하는 것이 최선이었을까. 아니면 애도를 강요하는 분위기에 맞춰 희생된 것일까.
seon@osen.co.kr
'뷰민라'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