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주(46) 전남 감독이 ‘절친’ 이상윤 코치(45)의 감독데뷔전에서 비수를 꽂았다.
전남은 26일 오후 4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10라운드에서 후반 37분 터진 이종호의 결승 헤딩골에 힘입어 홈팀 성남을 1-0으로 눌렀다. 이로써 승점 17점이 된 전남은 4위로 뛰어올랐다.
성남은 지난 22일 박종환 전 감독이 폭행사건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새로운 감독을 공모로 뽑겠다고 선언한 성남은 당분간 이상윤(45) 수석코치가 임시로 지휘봉을 잡은 상황이었다. 감독대행 역할을 맡은 이 코치는 26일 ‘절친’ 하석주(46) 감독을 상대로 감독데뷔전을 치르는 셈이었다.

경기 전 만난 이상윤 코치는 “하석주 감독과 친구사이다. 친구를 한 번 잡아봐야 하지 않겠나”라면서 승부욕을 숨기지 않았다. 이 코치의 말을 전했더니 하석주 감독은 껄껄 웃으면서 “나도 동기랑 승부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 코치와 친하다. 집도 같은 용인이다”라며 받았다. 이어 하 감독은 “승부는 승부다. 이상윤 코치도 감독 욕심이 있을 것”이라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두 지도자는 1990년대 부동의 국가대표로 뛰면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사이다. 특히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하석주 감독은 부동의 윙백, 이상윤 감독은 측면공격수로 맹활약했다. 코치로 감독을 보좌하다 갑작스럽게 대신 지휘봉을 잡게 된 상황도 비슷했다.
경기 전 이상윤 코치는 직접 선수들을 지휘하면서 몸을 풀었다. 그는 “바르셀로나, 아스날 같이 점유율 축구를 하겠다. 아직 내 색깔을 논하기 이르지만, 나만의 축구를 주입하고 싶다. 점유율을 높이고 공격횟수를 늘리는 동시에 안정된 수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맞선 하석주 감독은 한결 여유가 있었다. 그는 “성남 선수들이 급하게 할 수 있다. 성남이 부산전에서 잘하더라. 홈에서 실점을 거의 안하는 팀”이라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전반전을 0-0으로 비긴 하석주 감독은 후반전 이종호 카드를 빼들었다. 이종호는 후반 37분 결승 헤딩골을 터트리며 하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전략싸움에서 하석주 감독의 의중이 적중한 것. 만면에 웃음을 띤 하석주 감독은 이상윤 코치에게 프로무대가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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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박준형 기자 soul101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