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감 넘치게 달리고 있는 tvN 금토 드라마 '갑동이'가 군데군데 허술한 개연성이 포착되고 있다. 또 수수께끼에 지나치게 매달리면서 정작 메인 스토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6일 방송된 '갑동이' 4회에서는 크게 두가지 새로운 이야기가 진행됐다. 양철곤(성동일 분)은 20년전 갑동이의 DNA는 훼손된지 오래됐다는 것을 알게됐고, 또 하무염(윤상현 분)이 돌연 자신이 갑동이라고 자백했다. 그외 마리아(김민정 분)가 사실 프로파일러 한상훈(강남길 분)의 딸이라는 것과 감호소에서 의문의 휘파람을 부는 남자가 얌전한 우울증 환자(김민상 분)일 가능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이 스토리 말고는 큰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드라마는 시종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인물들의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으스스한 휘파람 소리를 자주 이용했다. 특히 마리아 옆을 서성이고, 다음 피해자를 찾고, 사건의 거의 모든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류태오(이준 분)의 섬뜩한 표정은 이 드라마의 긴장감을 높이는데 매우 효과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스토리는 극의 분위기를 크게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시청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수수께끼를 계속 내고 있지만, 메인 캐릭터가 흔들리면서 극의 설득력도 같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하무염이 돌연 자신이 갑동이라고 자백한 것은 대표적인 '낚시용' 설정으로 보이는데, 그가 왜 그런 결정을 내리는지 전혀 묘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돌발 행동을 하면서 양철곤 뿐만 아니라 시청자까지 당황케 했다. 선량해보이는 주인공이 알고보니 유력한 용의자라는 설정은 흔하지만, 시청자가 이미 이입한 주인공을 이같이 '억지 낚시용'으로 활용하는 건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다.
마리아의 행동도 이해 안되기는 마찬가지. 그는 휘파람 소리에도 깜짝 놀라면서 일부러 범행 예상 현장을 찾고, 갑동이를 만나려 애쓴다. 전기 충격기를 갖고 다닐만큼 불안에 떨면서 멀쩡한 집을 두고 트레일러를 개조해 살고 있다. 청력은 쏘머즈 뺨쳐서 멀리서 부는 휘파람 소리도 다 들을 수 있다.
그렇다보니 류태오만 목적과 캐릭터가 분명해 오히려 매력적이다. 그는 갑동이의 모방범을 자처하며 희생자를 찾고 있다. 희생자를 찾는 과정은 물론이고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속마음 내레이션까지 동원해 모든 걸 오픈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리아를 향한 마음까지 드러낸 상태.
그러나 그를 둘러싼 스토리에는 지나친 우연의 연속이 진행되고 있기도 하다. 3차 희생자는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여성이었는데, 류태오는 커피숍에서 '우연히' 미용실 면접을 보고 온 손님을 발견하고 그를 다음 희생자로 결정한다. 그와 길에서 '우연히' 만난 마지울(김지원 분)은 하필이면 갑동이 사건을 연상케 하는 웹툰을 그리고 있고, '우연히'도 류태오를 사이코패스 역의 모델로 설정한다. 사실 절, 경찰서, 커피숍을 휘저으며 다니는 마지울의 설정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개연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스토리에 빈틈이 많다보니, 배우들의 연기도 장면마다 이질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극을 지배하는 으스스한 분위기가 기존 한국 드라마와는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며 시청자를 사로잡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겨우 4회를 맞은 '갑동이'가 듬성듬성 뿌려놓은 미끼를 얼마나 알차게 엮어 올릴 것인지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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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