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놀음' 벗어난 김현수, 아홉수도 없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4.04.27 06: 38

두산 베어스 외야수 김현수(26)가 자신의 커리어에 큰 이정표 하나를 세웠다. 그리고 곧 또 하나의 큰 족적을 남길 예정이다.
김현수는 26일 마산구장에서 펼쳐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솔로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렸다. 이 경기에서 상대 선발 태드 웨버를 상대로 터뜨린 좌월 솔로홈런은 김현수의 통산 100번째 홈런이었다. 무리 없이 정확히 밀어서 만든 100번째 홈런은 김현수 특유의 부드러운 스윙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홈런이기도 했다.
김현수는 이번 주 팀이 치른 5경기 중 1경기에 결장했으나 출전한 4경기에서는 해결사 역할을 완벽하게 했다. 18타수 9안타를 기록한 것은 물론 홈런 2개 포함 타점도 10개나 올렸다. 타격감이 워낙 좋아 볼넷 없이도 쉽게 상대 투수들을 공략해 나갔다.

시즌 초 홍성흔과 동반 부진에 빠져 중심타선이 침체기를 겪었던 것은 이제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선발진이 살아난 데 이어 중심타선까지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시작하며 두산은 우려했던 원정 6연전에서 2번 모두 위닝 시리즈를 예약해뒀다.
올해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폼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좋은 타구를 만들기 위해 배팅 타이밍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던 김현수의 다짐은 최근 경기에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장타가 양산되는 것은 물론, 그 타구들이 큰 아치를 그리지 않는 대신 빠르게 직선으로 뻗는 라인드라이브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시즌 김현수가 지난 두 시즌과 비교해 좋아진 것은 볼넷이다. 김현수는 현재까지 6개의 삼진을 당한 반면 볼넷은 10개로 훨씬 많다. 최근 5경기에서 볼넷을 하나도 얻지 못햇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기록을 만들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는 볼넷으로 출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김현수를 만나는 투수들은 더욱 부담스럽다.
김현수는 지난 시즌까지 통산 443볼넷으로 삼진(393개)보다 더 많은 볼넷을 얻어냈다. 그러나 지난 2년의 기록을 보면 두 시즌 모두 볼넷보다 삼진이 많았다. 이번 시즌의 볼넷/삼진 비율은 2011년 이전의 김현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자신이 직접 해결하는 것은 물론 투수들을 괴롭히는 면까지 전보다 좋아진 김현수 덕분에 최근 두산은 타선 전체가 쉬어갈 곳이 없다. 정수빈-민병헌-오재원(허경민)으로 이어지는 9-1-2번은 리그에서 가장 빠르고 자주 출루하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고, 김현수를 거치면 최근 방망이에 물이 오른 호르헤 칸투와 컨디션을 회복한 홍성흔이 버티고 있다.
‘타격기계’라는 명성에 걸맞게 김현수는 통산 885경기에서 998안타를 몰아쳤다. 이제 2개의 안타만 추가하면 100홈런에 이어 1000안타 고지에도 오른다. 지금의 페이스로 보면 당장 27일 경기에서 멀티히트로 달성할 수도 있다. 늦어도 다음 주 잠실 넥센전에서는 이뤄질 전망이다.
물론 100홈런과 1000안타는 김현수가 만족스러운 시즌을 보내기 위해 거쳐 가야 하는 과정일 뿐이다. 자신도 경기 전에 100홈런을 앞두고 있는지 몰랐다고 말할 만큼 김현수는 기록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된지 오래다. 당연히 아홉수도 있을 수가 없다. ‘숫자놀음’을 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던 김현수는 초반 부진을 딛고 최고의 시즌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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