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내야수 루이스 히메네스. 1군에 올라온 지 보름만에 끝내기만 2번을 치면서 해결사로 자리잡고 있다. 힘만 좋은 타자가 아니라 생각하는 야구로 상대 견제까지 무력화시키고 있다.
롯데는 26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SK 와이번스전에서 5-4로 역전승을 거뒀다. 히메네스가 다시 한 번 롯데 영웅으로 거듭났다. 롯데는 9회말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정훈의 내야안타로 물꼬를 살짝 텄다. 대타 박준서까지 중전안타로 출루에 성공했고 황재균이 볼넷을 얻어내 만루가 찼다. 타석에 선 히메네스는 가볍게 밀어쳐 주자 2명을 홈에 불러들였다.
히메네스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다소 늦은 10일에야 1군에 올라왔다. 그날 끝내기 3점포를 날리면서 심상치 않은 타격솜씨를 보여준 히메네스는 계속해서 뜨거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26일 현재 14경기를 치렀는데 타율 4할2푼3리(52타수 22안타) 5홈런 1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출전한 14경기 가운데 안타가 없었던 건 단 2경기 뿐이다. 게다가 무려 9경기에서 타점을 올리면서 새로운 승리의 마스코트가 되고 있다.

힘 하나는 최고다. 그가 기록한 홈런 5개 모두 비거리가 120m 안팎이다. 타구 속도도 빨라 맞는 순간 홈런인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그렇지만 히메네스는 힘만 좋은 선수가 아니다.
일단 선구안이 좋다. 히메네스의 약점은 바깥쪽 공이라고 알려졌다. 당연히 투수들은 히메네스와 정면승부를 하지 않는다. 가급적이면 바깥쪽으로 유인하는 피칭을 한다. 타격감이 최고조에 이른 지금은 관계가 없지만, 분명 슬럼프가 오는 순간이 올 것이다.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선구안이다. 히메네스는 선구안이 좋은 선수다. 롯데가 히메네스를 선택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바로 선구안이었다.
게다가 생각하는 야구를 한다. 눈에 보이는 공에 전부 방망이를 휘두르고 보는 타자가 결코 아니다. 지능을 측정하는 도구가 IQ(intelligence quotient)라면, 히메네스는 BQ(baseball quotient)가 높은 선수다.
당겨치는 타격을 즐겨하는 히메네스를 상대로 하는 팀들은 이제 수비 시프트를 들고 나온다. 좌타자 히메네스가 당겨친다는 점을 고려해 수비수들이 전부 오른쪽으로 향한다. 그렇지만 히메네스는 무작정 당겨치지 않는다. 교묘하게 왼쪽으로도 타구를 보낸다.
26일 박희수를 상대로 친 끝내기 안타도 마찬가지다. 좌타자 바깥쪽 투심이 주무기인 박희수를 상대로 히메네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몸쪽 공을 기다리기 보다 바깥쪽 공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바깥쪽 공을 치기 위해 배터박스에 바짝 붙어섰고, 바깥쪽으로 공이 들어오자 가볍게 밀어쳐 페어지역에 공을 넣는 데 성공했다.
시프트에 대처하는 타자들의 자세는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원래 타격 스타일을 유지하는 쪽이다. 시프트를 의식하면 원래 타격 밸런스까지 흐트러진다는 이유로 그대로 친다. 다른 쪽은 히메네스처럼 상황에 맞는 타격으로 이를 이겨낸다. 타구를 여러 방향으로 보낼 수 있는 스프레이 히터라면 시프트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제 겨우 보름이지만 히메네스는 한국에서 타자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갖췄다는 걸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힘과 선구안, 여기에 생각하는 힘까지 더해져 히메네스는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그의 적응력은 거기에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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