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좌완 금민철(26)은 지난 2011년 팔꿈치 수술 후 약 1년 동안 야구공을 잡지 않았다.
그해 5월말 1군에서 제외된 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11월 공익 근무를 시작한 금민철은 "아예 1년 동안 야구공을 잡지 말라"는 이지풍 트레이닝코치의 조언에 따라 야구공을 멀리 했다. 빨리 재활을 마치려다가 오히려 화를 부를 수 있다는 말을 받아들인 금민철은 그의 평소 성격처럼 묵묵히 웨이트 훈련만 하며 시간과의 싸움에서 버텼다.
그 후 조금씩 야구공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재활과 공익 근무를 마치고 지난해 11월 팀으로 복귀한 금민철은 1월 시무식에서 이장석 대표의 주목을 받았다. 이 대표는 선수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던 중 금민철을 지목하며 "2010년 우리 팀 마운드에서 홀로 고군분투했던 금민철이 왔다"고 말했다. 그렇게 금민철은 '야구판'으로 다시 돌아왔다.

천여 일의 시간을 기다린 금민철이지만 그는 초반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선발 후보로는 꼽혔어도 선발 로테이션 경쟁에서 밀렸다. 실전 감각 우려가 가장 컸고 구속이 올라오지 않는 점도 그를 후보로 두게 했다. 금민철은 1군에 동행했지만 마운드에는 서지 못했다. 그는 "천 며칠의 시간보다 1군에서 기다린 그 3주가 더 길었다"고 회상했다.
인고 끝에 금민철은 지난 26일 목동 삼성전에서 1067일 만에 등판 기회를 잡았다. 그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6⅓이닝 4피안타 5탈삼진 2사사구 1실점으로 호투하며 1095일 만의 승리를 따냈다. 누가 지켜봐주는 것도 아닌 재활, 공익 근무라는 두 가지 어려움을 겪고 거둔 뜻깊은 승리였다. 최고구속 138km는 그동안 갈고 닦은 제구력으로 상쇄했다.
금민철은 이날 경기 후 "마운드에 정말 서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동안 제구력이 안좋은 투수로 평가받아서 볼넷을 주지 않기 위해 적극적으로 던졌다"고 덧붙였다. 1067일의 시간 동안 누군가는 그를 잊고 있었을지 몰라도 금민철은 마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외로운 싸움 끝에 돌아온 금민철의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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