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된다.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서둘러 비디오 판독 확대를 준비해야 한다. 심판의 권위를 떨어뜨린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제도적 보완으로 오심을 줄이는 것이야 말로, 불신을 없애고 궁극적으론 권위를 살리는 일이 될 것이다.
LG와 KIA의 잠실 시리즈서 이틀 연속 아쉬운 판정이 나왔다. 지난 25일 9회초 2사 1, 2루서 KIA 브렛 필에게 잘못된 판정이 내려진 것에 이어, 26일에는 7회말 LG 공격서 세이프가 아웃판정이 됐다.
LG는 7회말 2사후 오지환이 내야안타로 출루했고, 2사 1루서 박용택이 유격수와 좌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안타를 쳤다. 2아웃이고 타구가 높이 떴기 때문에 1루주자 오지환은 전력질주, 홈으로 향했고 KIA 좌익수 김원섭은 오지환을 잡기위해 포수 차일목을 향해 송구했다.

홈에서 오지환과 차일목의 접전이 펼쳐지는 상황. 오지환이 왼손으로 홈플레이트를 쳤고 이후 차일목의 태그가 이뤄졌다. 그러나 최수원 심판은 아웃 판정을 내렸다. 당시 2-2 동점상황이었기 때문에 전날 경기와 마찬가지로 승부의 향방이 갈리는 타이밍이었다.
사실 이 같은 세이프·아웃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심판의 위치가 중요하다. 문제는 심판이 예측한 것과 다른 시점에서 세이프·아웃이 판별되는 경우가 자주 나온다는 점이다.
최근 2번의 오심도 그랬다. 지난 25일 이계성 1루심은 타이밍만 신경 쓰고 1루 포스아웃을 선언했다. 1루수 김용의의 다리가 베이스와 떨어져있었던 것을 보지 못하고, 김용의의 글러브와 브렛 필의 다리만 바라봤다. 26일 판정 또한 심판이 백스톱 쪽에 있었다면 오지환의 태그아웃을 선언할 수 없었다.
이미 현장에선 비디오 판독 확대를 찬성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6일 경기를 앞두고 KIA 선동렬 감독은 “1루수 다리가 떨어져 있었다. 명백하게 보였다”며 “아무래도 우리도 비디오 판독을 해야겠다. 필요하다”고 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 또한 “팬이나 현장에서 필요로 한다면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팬들이 없으면 프로야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팬들이 비디오 판독을 원하고, 또 현장에서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원한다면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메이저리그처럼 정교한 시스템이 구축되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메이저리그는 2014시즌을 앞두고 13가지 사항에 대해 비디오 판독 확대를 결정했다. 다양한 시점에서 판정을 내릴 수 있도록 30개 구장에 수많은 카메라를 설치했고, 시설비로 약 300억원이 들었다. 한국프로야구는 낙후된 구장이 많아 카메라를 많이 놓기 힘들다. 메이저리그 규모의 금액을 쓸 정도로 이윤 창출이 잘 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 메이저리그식이 힘들면, 배구처럼 중계방송 카메라를 적극 활용하면 된다. 모든 상황을 캐치하지는 못할 수도 있으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경우 중계방송 리플레이를 통해 오심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홈런 여부는 중계방송 리플레이로 판정하고 있다. 그저 판정 범위를 좀 더 넓히게 되는 것이다.
한편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내년부터 비디오 판독을 홈런 이외의 플레이로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세부 규칙은 올해 메이저리그를 참조해 우리 실정에 맞게 시행할 계획이다. 메이저리그 수준의 투자가 불가능해도, 우리 실정에 맞게 움직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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