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에이스 전성시대가 돌아왔다.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좌완 에이스들의 비상이다. 국내 투수들은 물론 외국인 투수들도 왼손의 존재감이 돋보이고 있다.
투수 평가의 척도가 되는 평균자책점 순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1위 유희관(두산·2.04) 2위 유창식(한화·2.12) 5위 양현종(KIA·2.73) 6위 쉐인 유먼(롯데·2.74) 7위 김광현(SK·2.83) 9위 장원삼(삼성·3.10) 10위 앤디 밴헤켄(넥센·3.28)까지 상위 10위 중 7명이 좌완이다. 우완은 3위 이재학(NC·2.34) 4위 데니스 홀튼(KIA·2.48) 8위 한승혁(KIA·2.86) 등 3명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토종 좌완 에이스들의 존재감이 대단하다. 두산 유희관은 5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2.04로 활약 중이다. 국내 투수 중 가장 많은 35⅓이닝을 소화하며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리그에서 가장 낮은 0.99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4경기 연속 7이닝 이상 2실점 이하의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피칭이다.
좌완 강속구 투수 양현종과 김광현의 존재감도 대단하다. 양현종은 5경기에서 2승2패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 중이다. 33이닝 동안 탈삼진 31개로 구위를 과시하고 있다. 타선지원 미비로 승운이 따르지 않는 게 아쉽다. 김광현도 5경기 2승3패 평균자책점 2.83을 기록하고 있다. 제구가 흔들리며 기복이 있는 편이지만 승리한 2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위력을 떨쳤다.
꾸준함의 대명사로 통하는 장원삼과 장원준의 활약도 변함없다. 장원삼은 5경기 3승1패 평균자책점 3.10으로 안정감을 자랑하고 있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장원준도 5경기 3승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에서는 상위 10위권 밖이지만 갈수록 구위가 살아나 2011년 15승의 위력을 찾아가고 있다.
여기에 '떠오르는 혜성' 유창식이 선배들을 위협하고 있다. 유창식은 5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2.12로 호투 중이다. 야수와 불펜의 난조로 승수는 많지 않지만, 피안타율 2할6리로 국내투수 중 1위에 올라있다. 140km대 중반의 강속구를 마음껏 뿌리며 꾸준함을 갖춰가고 있다. 새로운 좌완 에이스가 출현했다.
외국인 투수들도 좌완들이 호투 중이다. 나란히 3년차가 된 유먼과 밴헤켄이 인상적이다. 유먼은 4경기 4승 평균자책점 2.74로 전승을 기록하고 있으며 밴헤켄도 6경기 3승2패 평균자책점 3.28에 이닝(35⅔)·탈삼진(33개) 부문에서 모두 2위에 랭크돼 있다.
역대를 통틀어 가장 많은 좌완 투수가 평균자책점 10위권에 든 것은 2009년이다. 당시 1위 김광현(SK·2.80) 2위 전병두(SK·3.11) 5위 양현종(KIA·3.15) 7위 봉중근(LG·3.29) 8위 류현진(한화·3.57) 10위 장원준(롯데·4.15) 등 6명이 최다였다. 2009년 전후로 2008·2010년도 상위 10걸에 5명씩 좌완 투수들이 포함됐을 뿐 2008~2010년 3년을 제외한 나머지 해에는 5명 이상 좌완 투수가 10위권에 든 적이 없다. 올해는 2008~2010년 이후 다시 좌완 에이스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