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보더라도 리버풀의 조급함이 역력했다. 심지어 주장 스티븐 제라드까지 조급했다. 결국 리버풀은 수십 차례의 공격을 펼쳤음에도 효과적인 공격을 펼치지 못하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점유율 73-27. 슈팅 횟수 26-11. 경기 내용에서 누가 앞섰는지 뚜렷하다. 리버풀은 경기 초반부터 경기 종료 직전까지 첼시를 흔들었다. 그러나 결과물은 내용과 전혀 달랐다. 리버풀의 0-2 완패. 이날 승리로 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서려 했던 리버풀은 선수단과 팬들 모두 고개를 숙여야 했다.
출전 선수 명단이 공개됐을 때 리버풀이 좀 더 승리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올인하고 있는 리버풀과 달리 첼시는 주중에 열리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을 의식해서인지 1.5군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후에도 전력의 우세와 홈 이점을 가지고 있는 리버풀이 일방적으로 첼시를 몰아쳤다.

하지만 집중력 만큼은 리버풀보다 첼시가 앞섰다. 프리미어리그 최소 실점 1위에 빛나는 첼시 수비진은 리버풀의 공격진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주전 골키퍼 페트르 체흐의 부상 때문에 투입된 마크 슈워처는 만 42세의 나이에도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이며 8개의 선방을 기록했다.
좀처럼 골이 나오지 않아 조급한 모습을 보이던 리버풀은 주장 제라드가 평범한 상황에서 실수를 저지르며 치명적인 피해를 안겼다. 제라드는 중원에서 볼 컨트롤을 하는 도중에 실수를 저질러 첼시 공격수 뎀바 바에게 공을 빼앗겼다. 바는 그대로 문전으로 침투해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만들어 득점으로 연결했다. 제라드의 실수는 이날 경기의 분수령이 됐다. 영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가 "끔찍한 실수(Horrible mistake)"라고 평할 정도였다.
문제는 이후에 더욱 커졌다. 전반전에도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하던 리버풀은 후반 들어 더욱 점유율을 높였음에도 문전에서의 슈팅을 시도하지 못했다. 조급한 마음에 중거리 슈팅 기회가 오면 무조건 슈팅을 시도했다. 제라드도 무려 9개의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첼시의 골망을 흔드는 슈팅은 단 하나도 없었다.
추가 실점도 선제 실점과 비슷하게 허용했다. 리버풀은 경기 막판 동점골을 노리며 첼시를 두들겼지만, 다니엘 스터릿지가 윌리안에게 공을 빼앗겨 완벽한 역습 기회를 내주고 말았다. 윌리안은 수비수 한 명을 제친 후 페르난도 토레스와 공을 주고 받은 끝에 추가골을 넣어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지 않고 수비만 하던 첼시가 단 두 차례의 역습으로 2골을 만든 것이었다. '기회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높은 집중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득점이었다.

리버풀은 지난 시즌까지 18차례의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바라던 프리미어리그 우승이 눈 앞에 다가온 만큼 리버풀로서는 조급함이 앞섰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급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리버풀은 첼시전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아직 1위 자리를 내준 것이 아닌 만큼 리버풀은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남은 2차례의 경기서 첼시전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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