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닝 가뭄에 허덕이는 LG 선발진에 오아시스가 될 것인가.
코리 리오단(28)이 LG 마운드에 희망을 쏘았다. 리오단은 27일 잠실 KIA전에서 8이닝 1실점으로 5경기 만에 선발승에 성공했다. 빠른 투구 템포와 정교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한 포심 패스트볼, 각도 큰 커브로 KIA 타자들을 압도했다.
무엇보다 의미 있었던 부분은 8이닝을 소화했다는 점이다. 리오단으로 인해 LG는 불펜진에서 마무리투수 봉중근만 썼다. 연장 승부와 1점차 승부가 반복되며 바닥이 드러난 LG 불펜을 리오단이 구원했다. LG는 2-1로 KIA를 꺾으며 올 시즌 첫 위닝시리즈를 기록했다.

지난 1월 LG 유니폼을 입은 리오단은 많은 이들에게 물음표로 자리했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무하고 2013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 평균자책점도 6.75에 달했다. 다른 팀들이 화려한 커리어를 지닌 투수를 데려오고 있는 상황에서, LG 홀로 흐름에 역행하는 것 같았다.
2014시즌이 시작했고, 리오단은 매 경기 다른 투수가 됐다. 잘 던지는 날에는 쉽게 긴 이닝을 끌고갔으나, 그렇지 않은 날에는 연타를 맞으며 순식간에 무너졌다. 위기에 빠질 때면 평정심을 찾지 못하고 상대 타자들에게 지나치게 정면 승부했다. 마이너리그 생활을 하면서 처음 겪는 대형구장과 콘서트를 방불케 하는 응원 속에서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포수 윤요섭은 리오단을 두고 “외국인투수가 이렇게 절실하게 마운드에 오르는 것은 처음 봤다. 10년 동안 마이너리그에만 있던 투수가 처음 메이저리그에 올라와서 던지면 이런 모습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덧붙여 “연속으로 안타를 맞아 위기에 빠질 때면 당황하고 있다는 게 훤히 보였다. 하지만 이런 리오단으로부터 ‘성공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공이 좋은 투수인 만큼, 힘을 합쳐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한 단계만 올라서면 매년 10승 이상을 할 수 있는 투수가 될 것 같다”고 리오단의 성공 가능성도 밝혔다.
LG의 4월은 그 어느 팀보다 잔인하게 흘러가고 있다.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난조에 빠지며 지난해 철벽 마운드가 흔들렸다. 지독한 패배가 이어지며 최근 2주 동안 최하위로 추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김기태 감독의 자진사퇴까지 터졌다. 선수단 전체가 큰 충격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106경기나 남았다. LG 투수조 조장 봉중근은 “타자들은 잘해주고 있다. 마운드가 자리 잡는 게 관건이다”며 “선발투수들이 작년처럼 6, 7이닝 정도 막아주면 자연스레 팀이 이기는 경기도 늘어날 것이다. 분위기를 탈 수 있다”고 선발투수들의 이닝이팅을 반전 요소로 봤다.
지난해와 비교해 LG 마운드의 가장 큰 손실은 레다메스 리즈의 이탈이다. 리즈는 2013시즌 리그 최다 202⅔이닝을 소화했다. 리즈가 등판하는 날이 곧 불펜투수들이 쉬는 날이었다. 리즈는 일주일 2회 등판하는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몫을 다했다.
올 시즌에는 리오단이 평균 6⅓이닝을 소화, LG 선발진 중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고 있다. 리오단이 기복을 줄이고 이닝을 먹어준다면, 리즈의 빈자리를 최소화할 수 있다. 리오단의 코리안 드림이 곧 LG 마운드의 성패와 직결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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